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윌리엄 하블리첼 지음, 유영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진단장비가 발달함에 따라서 요즈음에는 의료현장에서도 많은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조합하여 진단을 결정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이야기 혹은 환자를 진찰하여 얻는 정보에는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인데, 그렇다면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의학공부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알파고 의사를 만드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와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의사선생님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런 의사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입니다. 병마와 싸우면서 오래 남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지상의 모든 곳으로 행복을 옮겨가는 데 열중했다. 그들의 몸은 비록 상처투성이었지만 그들의 정신은 결코 꿰맨 자국이 없었다.(7쪽)”라고 그는 말합니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운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열세 개의 이야기들은 각각의 제목처럼 우리에게 가르침을 전합니다. ‘인생에 귀를 기울이는 법’, ‘인생에서 베풀어야 할 것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사랑해야 할 마지막 시간’, ‘카르페 디엠’, ‘죽음은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다’ 등등 이제는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있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여전히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병아리 의사 티를 벗은 두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앞서도 요즈음 의사선생님들은 환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저자는 “훌륭한 의사는 모두 경청하는 사람들이다(39쪽)”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사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경청하는 능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여기 실려 있는 이야기들 가운데 가장 울리는 바가 컸던 이야기는 ‘행복은 어떻게 옮겨가는가’였습니다. 저자가 병동진료팀 지도교수를 맡았을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병동진료팀은 약대생,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들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의대4학년생인 앨런의 호출을 받고 응급실에 간 저자는 아들과 함께 도시를 지나다가 차에 문제가 생겼던 모자를 만나게 됩니다. 응급실 의사는 어머니가 폐렴이 의심되므로 입원을 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앨런은 엑스선사진은 물론 검사결과 등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라면서 저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환자를 진찰한 저자는 아들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한 다음에 앨런을 불러 그녀를 입원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20달러를 주면서 아들에게 저녁을 사 먹이라고 지시합니다. 분명 입원까지 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앨런은 당황하지만 그래도 지도교수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회진시간에 앨런은 밤을 지새면서 의학과 의술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를 보았고, 지도교수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리고 왜 입원시켰는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것입니다.


환자 진료에서 의학적 지식을 성공적으로 펼치는 것만으론 결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저자는 앨런이 깨달을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이고 앨런은 그 과업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것입니다. 환자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야 완전한 의료행위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 역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시작할 무렵 섬기는 삶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 경험이 환자진료에 임하는 그의 철학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후배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의사들은 자신이 환자를 치유시킨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환자의 질병은 자연이 치유하는 것이고 의사는 곁에서 조금 도와주는 정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자연이 치유하는 동안 환자들을 즐겁게 하라’는 좌우명을 가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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