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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 - 지옥에서 쓰는 편지
라몬 삼페드로 지음, 김경주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3년전 화제를 모았던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에서는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존엄사를 선택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라몬 삼페드로의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는 존엄사의 또 다른 사례입니다.
스페인 코류냐의 작은 마을 슈뇨에서 태어난 라몬은 22살이 되던 해 노르웨이 상선을 타고 전세계 49개 항구를 여행했는데, 25살이 되던 1968년 물이 빠진 바다에 뛰어내렸다가(사실을 발을 헛디뎌 바다에 떨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머리를 모래바닥에 부딪혀 목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전신마비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라몬은 죽음을 통한 자유를 꿈꾸며 안락사를 요구하는 지루한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그의 노력은 유럽 인권재판소에까지 제소하기에 이르렀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는 ‘인간답게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권리를 요구하며 30년간 입으로 써내려간 외로운 싸움의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는 모두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라몬이 쓴 편지들이고, 2부는 라몬이 남긴 시이며, 3부는 라몬이 남긴 글입니다. 편지들은 그에게 온 편지에 대한 답장도 있고, 그가 보낸 것들도 있는데, 아쉬운 것은 그 편지를 쓰게 만든 이유, 즉 누군가에게 온 편지라거나 누군가의 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라몬의 편지에 담긴 안락사 요구가 투정처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마치 울고 있는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라고 적은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유는 당신 때문이예요. 그러니 제발 억지로라도 살아줘요(44쪽)”라고 하는 여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98년 1월 13일 소원하는 대로 죽음을 맞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후 2004년 이 책이 출간되면서 그의 죽음이 조명을 받게 되었는데, 출간 3개월 후에 라몬의 여자친구 라모나 마네이로가 다량의 수면제를 건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조력자살이며, 그로 인하여 그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몰입하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기독교에서 금하고 있는 자살을 하면 지옥에 떨어지게 될 것을 두려워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도와주었던 누군가에게는 평생 가져가야 할 짐이고 죄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을까요? 굶주려 죽는 것은 훌륭한 죽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화로운 삶>의 주인공 스콧 니어링은 100세 생일을 앞두고 절식(絶食)을 해 숨졌던 것을 보면 라몬의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사지를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몸을 뒤집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욕창이 생기고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맞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밖에 저자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폐염 등 감염증이 쉽게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될 터인데, 치료는 치료대로 받고 죽는 것은 따로 선택한다는 것이 이율배반적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그의 생전에 제가 이런 리뷰를 남겼다면 분노가 담긴 그의 편지를 받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의 부모 역시 죽고 싶다는 자식의 말을 듣고서 ‘(자식을) 영원히 잃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살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마음은 다 똑 같을 것 같습니다만,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것은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생각이 자기중심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체로 죽음을 이해하게 되면 신체의 고통도 초월한다고 합니다만, 라몬은 오로지 죽음을 꿈꾸는 것 이외에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보지 못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