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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욕망을 삼키다 - 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 읽기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노진서교수님의 <영단어, 욕망을 삼키다>를 받아들고 보니, 같은 부제를 달아 선보였던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 http://blog.joins.com/yang412/13477175>의 후속편이었습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30개의 영어단어의 내력을 동서고금의 자료를 인용하여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문에 적은 저자의 기획의도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언어라는 숲을 구성하는 단어들은 저나마 그 나름의 내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 사연을 알아보는 것은 숨겨진 그들의 비밀을 찾아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입니다.” 누군가의 뒷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하는 것처럼 하나의 단어에 숨겨진 뒷이야기 역시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전작과는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제목을 고려하여 30개의 영어 단어를 두 개로 묶어 각각 ‘욕망,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심연’과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낳고’라는 작은 제목으로 구분한 것은 뜻을 분명히 알 수 없었습니다.
단어의 유래라 하면 그저 반쪽 정도의 분량이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지만, 단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을 인용하여 읽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단어의 유래를 추적해 올라가다보면 다양한 유럽 민족의 고어는 물론 라틴어, 그리스어 심지어는 히브리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어로까지 거슬러 뿌리를 캐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어학에 대한 내공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기획을 하다보면 하나의 틀을 만들고 그 틀에 따라 글 내용을 배치하는 편이 쉬울 터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그 틀을 따라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포로수용소의> 경계선, 혹은 마감시한을 의미하는 'deadline'을 설명하기 위하여 저자는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말꼬리를 풀어냅니다. 죽음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특히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기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사후세계를 상정하였고, 사후세계와 관련된 미이라의 어원을 따져 들어가기도 합니다. 저 역시 다양한 고정칼럼을 쓰고 있으니 원고의 마감시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만, deadline은 어떤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을 의미하는 마감시한이라는 의미보다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문턱 즉 죽음과 관련되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1861년 남북전쟁 때 남부군이 운영하던 조지아주 앤더슨빌의 포로수용소에서 포로들의 탈주를 막기 위하여 막사 주위에 경계선을 쳐놓고 그 선을 넘으면 무조건 사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선을 deadline이라고 했다니, 특히 글을 써서 투고하는 사람들에게 deadline 상징하는 의미가 아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간혹 저자가 인용하는 내용에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성씨가 생기게 된 동기가 한 동네에 사는 이름이 같은 사람들을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왠지 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씨는 한 집안 사람임을 나타내는 상징이라고 한다면 단순하게 동명이인들을 구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다 심오한 뜻이 담겨있을 듯합니다. 또 다른 예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관계를 주종관계로 규정한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돈키호테가 편력기사의 흉내를 내기 위하여 세상을 주유해보기를 권유했던 것에 응한 것이니 엄밀하게 말하면 주종관계라기 보다는 계약관계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 더 짚자면, 절대적 주종관계의 전형으로 인용한 일본의 사무라이를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주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 주인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초개와 같이 버리는 희생정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로 단결하는 동지애, 이런 것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그것, 놓치고 있는 그것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닐까요(145쪽)”라는 설명은 시대착오적 인 것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조금 거시기한 느낌이 든 곳이 두어 곳 있었다는 말씀이고요. 전체 내용은 흥미롭고 상식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책읽기였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