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
바바라 오코너 지음, 이은선 옮김 / 놀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으로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던 바바라 오코너의 신작 <위시>를 읽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흩어지는 가족관계 속에서 위기에 빠지는 어린이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습니다. 다행인 것은 <위시>의 주인공 찰리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주인공 조지아처럼 엉뚱하지는 않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삶이 팍팍했던지 주변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라는 약해보이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믿음을 꼭 쥐고 있습니다.


찰리가 쌈닭이 된 것은 아마도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는지 모릅니다. 툭하면 쌈을 벌이던 아빠가 교도소에 수감되고, 엄마는 우울증이 심각해지면서 찰리를 돌볼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부모와 같이 살던 롤리[노스캐롤라이나의 주도로 랄리(Raleigh)라고 부릅니다만...]를 떠나 콜비에 살고 있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맡겨지게 됩니다.[흥미로운 점은 콜비는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사라 데센(Sarah Dessen)의 소설 <Keeping the Moon(1999)>, <The Moon and More(2013)> 등의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롤리 사람들이 콜비 사람들을 이르기를 촌닭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오코너가 그린 콜비는 완전 깡촌인가 봅니다. 제가 가본 롤리도 별거 없습니다만, 그래도 도시에서 온 찰리 마음에 들 리가 없었을 터, 오자마다 롤리로 돌아갈 궁리를 하는 찰리지만, 책가방 짝꿍 하워드의 엽엽한 돌봄에 조금씩 굳었던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이모와 이모부 역시 찰리의 형편을 잘 이해하고 있어 최선을 다하여 도와주려는 마음이 찰리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도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위시>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책의 주제는 소원을 비는 일입니다. 그런데 찰리에 따르면 소원을 빌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마도 누가 소원을 빌어서 이루어진 사례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찰리가 처음 소원을 비는 장면은 길에서 주운 1센트 동전을 힘껏 던져 숲에 들어가기 전에 소원을 비는 모습입니다. 별동별이 떨어지는 사이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우리네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소원을 빌 수 있는 순간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고, 대체적으로 짧은 순간에 소원을 빌어야 하기 때문에 소원을 비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소원도 매일 한번 이상은 빌어야 되는 모양입니다. 찰리가 매일 비는 소원은 한 가지입니다. 하워드가 매일 비는 소원이라면 이루어지지 않을 모양인데 뭐하라 비느냐고 빈정대자 찰리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테니 그렇지!" 소원을 비는 일은 찰리처럼 해야 하는가 봅니다. 사실 저도 기회가 될 때마다 몇 년째 비는 소원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거든요. 찰리처럼 절실하게 빌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든 저도 찰리처럼 소원을 빌어볼 생각입니다.


소원, 즉 꿈의 성취와 관련하여 우리 모두는 이미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에서 우리의 구호는 “꿈★은 이루어진다”였지 않습니까? 그리고 결코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일구어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이루지 못할 꿈은 없는 셈입니다.


우리는 가장 좋아하는 학교활동을 '발레, 축구, 싸움'이라고 적었던 찰리가 변해가는 모습을 읽어가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무형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리얼리티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현실상황극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부모를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아이를 그렇게 만든 부모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부모의 조급함이 상황을 점점 나쁘게 몰아가는 것이지요.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지켜볼 줄도 아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어린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참 독특합니다. 아이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상황을 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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