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찰스 핸디 지음, 손정숙 옮김, 엘리자베스 핸디 사진 / 뮤진트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를 생각해볼 겨를이 없이 살고 있습니다만, 모임에 나가보면 참석한 사람 중에 가장 연배가 많은 경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뭔가 특별한 이야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부담이 느껴지면서 다음번에는 참석을 재고해보아야겠다면서 나이를 의식하게 됩니다. 문득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핸디부부의 책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를 읽게 된 이유입니다.


이 책을 편집한 찰스 핸디는 다국적 석유회사 셸의 간부를 거쳐 런던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피터 드러카와 톰 피터스 등 세계를 움직이는 사상가 50인에 올라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로 꼽힐 정도로 매니지먼트와 삶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수년 동안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교훈을 선사했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나는 젊음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이 책을 편집한 찰스 핸디가 친구의 예순번째 생일 파티에서 만난 여성들로부터 얻은 느낌으로 기획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다 크고, 돈도 벌 만큼 벌었고, 그리 바쁘지도 않은”그녀들은 60대란 젊지는 않지만 아직 늙지도 않은 일종의 일종의 자유시간이므로 앞으로 10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자연스럽게 펼쳐놓았던 것입니다.


찰스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60대 영국 여성 29명을 선정하여, 이들이 자신의 지나온 삶과 앞으로의 소망을 담은 글을 쓰도록 하였고, 찰스가 그 글을 다듬고 서문을 썼다. 책에 실린 사진은 찰스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찍었는데, 각자의 삶이 드러날 수 있는 분위기를 같이 담은 사진과 그녀들의 표정을 담은 사진을 각각 실었습니다. 그중에는 유명인사도 있지만, 대부분은 20대에 결혼해서 애 낳고 남편 그늘에서 살아온 평범한 여성들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두 특별한 분들 같습니다.


찰스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 가운데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1. 여성들의 삶이 동 시대의 남성들의 삶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2. 대부분의 여성들이 대학에 가지 못했다. 3. 이 여성들은 '은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4. 대부분의 여성들은 외모에는 관심이 없었다. 주름살도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생각이다. 5. 이별 혹은 사별과 같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6. 그녀들은 불평등을 헤쳐나왔고, 필요하면 세상을 바꾸었다. 등입니다.


아마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서구사회의 특성도 작용을 한 것이라고 보입니다만, 하던 일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때려치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새롭게 관심을 가진 분야를 쉽게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로서 새로운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다른 점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저도 여전히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습니다. 벌써 여섯번째 직장에서 연관은 있지만 분명 색다른 점이 있는 네 개의 분야를 배워서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예를 들면 하던 일을 처음 그만 둘 때는 그녀들 역시 상당한 마음의 갈등을 거친 흔적은 볼 수 있습니다.


변화의 힘은 '첫발을 떼기가 어려운 법'이라는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말입니다. 저도 첫 번째 직장을 그만 둘 때 몇 달에 걸쳐 고민을 했지만, 두번째 직장을 그만 둘 때는 그리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분명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60을 전후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여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재조명하자는 생각인 듯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겨 있는 생각들은 굳이 남성 여성을 가릴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을 할 일이 아니라 길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만 틀어보면 꽉막힌 듯하던 길 옆에 더 넓은 새로운 길이 나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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