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프랑스 책방
마르크 레비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2015년에는 브로맨스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형제(brother)와 로맨스(romance)를 결합해서 만든 말인데, 남자들이 나누는 진한 우정을 말합니다. 때로는 로맨틱한 경지에까지 이르지만 동성애까지로 발전하기는 않는 관계를 말한다고 합니다. 남-남 케미라는 용어와 유사한 개념인데, 케미는 화학(chemistry)에서 유래된 말로 화학반응처럼 강한 감정교류가 있는 사람의 관계를 지칭합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친구를 몇쯤은 가지고 있을 듯합니다.


브로맨스를 설명하는 까닭은 <행복한 프랑스 책방>이 바로 그런 남-남 케미를 다룬 소설이라서입니다. 아니 남-남 케미를 중심으로 런던의 프랑스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끈끈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모습을 기르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네 시골마을처럼 말입니다. 남-남 케미의 주인공들은 이혼 후 각각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는 홀아비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같은 점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자석에서 보는 것처럼 같으면 서로 튕기기 때문에 케미가 일어날 수 없는 것이지요.

런던의 프랑스마을에 사는 건축가 앙투안은 파리의 서점에서 일하는 절친 마티아스를 런던으로 부릅니다. 은퇴하는 서점 주인에게 마티아스를 추천한 것입니다. 마침 런던에서 딸과 함께 살던 전아내가 파리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는데, 딸은 런던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도 이유가 된 것입니다. 앙투안의 전처 카린은 아들을 런던에 남겨둔 채 아프리카 다르푸르에서 인류애를 발휘하고 있다고 합니다.


치밀한 앙투안과는 달리 충동적이고 대충대충인 마티아스를 보면 두 사람 관계가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숱하게 연출되는데, 결국은 수습이 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천생연분인 듯합니다. 앙투안이 꽁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기도 하구요. 전처와의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티아스이면서도 새로 등장한 여성과 열애에 빠지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앙투안은 둔감한지 꽃집 여주인 소피의 사랑을 눈치 채지 못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혹은 살고 있는 뷰트 스트리트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이본, 꽃집을 하는 소피도 주요 등장인물입니다. 작가는 주변인물의 삶과 생각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그리고 있어 전체 이야기의 전개가 지나치게 두 사람으로 편중되지 않게 하고 있습니다.


제목과는 달리 책방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다만 마티아스에게 운영을 맡기면서 그루버씨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을 당신에게 맡기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포피노씨.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기 힘들 겁니다. 장소가 좁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이 서점의 영혼은 무척 거대합니다.(27쪽)” ‘서점의 영혼’이라는 말이 너무 거창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이 서점은 그루버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자신이 은퇴해도 문을 닫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업종이 바뀌는 요즈음의 가게들과는 다른 철학을 가진 서점 주인인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합니다. 할아버지가 터키의 이즈미르에서 하던 ‘프랑스 서점’이라는 간판을 런던의 서점에 단 것을 보면 마티아스는 터키계인 것 같습니다. 가업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뷰트스트리트에 사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열린 마음도 재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점을 마티아스에게 물려주는 그루버씨나, 갈 곳 없는 이주소녀 예나에게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본이나, 막막한 삶에 지쳐 차도로 뛰어들려는 그녀를 구하고 작은 도움을 주는 그루버씨, 그런가 하면 이본의 가게를 새롭게 꾸며주려는 앙투안과 건축사무소 주인 매캔지씨 등등... <행복한 프랑스 책방>에 등장하는 연인관계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한눈에 반해서 끓어오르는 마티아스와 오드리의 관계가 있는가하면 이본을 해바라기 하는 매킨지소장, 앙투안을 향하는 소피의 은근한 사랑, 이본과 그루버씨의 오랜 사랑 등등... 다양한 사랑의 유형도 <행복한 프랑스 책방>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