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옛사람들의 발자취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고고학은 매우 흥미로운 학문분야라는 생각을 합니다. 옛사람들이 남겨 둔 삶의 흔적 혹은 표시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하여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학문분야가 세분화되고 있듯이 고고학 분야 역시 광범위한 영역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구상에 등장했던 모든 문명에 대하여 정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에서 다루고 있는 고고학은 선사시대로부터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 중동과, 인도, 중국, 유럽,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고고학적 자료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븐 버트만 교수가 서구문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세 가지 흐름, 즉 이스라엘 문명, 그리스문명 그리고 로마문명을 전공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페인의 알타미라동굴의 선사시대 벽화에서 출발하여 이집트의 투탕카멘의 미라, 트로이와 크레타 등 지중해 일대에 흩어져 있는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유적과 같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것들은 물론 덴마크와 영국 등 흔히 대하지 못하는 유적들까지 망라하여 26가지를 다루었습니다. 흔히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학문적이면서도 딱딱한 언어가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때 이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력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면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고고학의 목적”이며, “유령들에게 신의를 지키고,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않은 유령들의 대변자로서 역할을 맡는 것이 고고학자의 의무”라고 말합니다.(20쪽) 그리고 ”여러분이 과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여러분 속에 잠들어 있는 인생무상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눈부신 빛을 내면서 시간의 배경을 가로지른 희미한 모습들을 비록 잠시나마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쓰는 목적이다“라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요즈음 읽고 있는 <로마제국 쇠망사>의 첫머리에서 로마제국의 터를 닦은 사람들 가운데 라티움에서 테베레 강을 건너 에트루리아에 정착한 에트루리아인들이 있다고 했는데, 이 사람들이 원래는 지금의 터키 중부에 있는 리디아에 살다가 기근이 들자 새로운 땅을 찾아 이주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에는 고고학적 설명이 있는데, 소아시아에 남아있는 고대 금석문 가운데 에트루리아어에서 발견되는 낱말과 어근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에트루리아 문명의 몇 가지 특징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혈액학적 증거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탈리아 중부의 혈액형분포가 이탈리아의 다른 지방과는 다르지만 터키 중부의 혈액형 분포와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는 우연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천 년이 흐르는 동안 다양한 종족들과 피가 섞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탈리아로 이주한 사람들은 북부에서 내려온 게르만계나 그리스에서 이주한 사람들과 함께 로마를 건설했으며, 지금의 터키 중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투르크계 사람들과 피가 섞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리노의 수의나 사해문서에 대한 해석을 일다보면 저자가 이스라엘문명을 전공한 까닭인지 기독교에 대하여 우호적인 해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아즈텍, 마야 그리고 잉카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은 유럽인들의 시각을 나타내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하얀 얼굴의 케찰코아틀이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 때문에 몬테주마의 아즈텍사람들이 코르테스에게 쉽게 무너졌다는 가설을 인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코르테스가 아즈텍을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전혀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본색을 알게 된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지만, 운명은 아즈텍 사람들 편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새로운 병력이 들어오고, 원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활용하여 협력을 얻어냈던 것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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