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세상사가 내 일이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나쁜 일이 한꺼번에 몰려들면 세상이 왜 나만 못살게 하냐면서 한탄만 할 뿐 무엇을 어떻게 수습할지 망연해지기 마련입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의 처녀작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의 주인공 사라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마흔을 목전에 둔 11년차 광고 디자이너 사라는 그럭저럭 잘 살아온 인생입니다. 그런데 우리 식대로라면 딱 아홉수, 그것도 모진 아홉수에 걸린 셈입니다. 중요한 광고주와의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 지하철에 노트북을 두고 내리지 않나, 긴장과 쌓인 피로 때문에 졸도를 한 것도 모자라 10년을 동거해온 잘 생긴 스페인 남친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면서 헤어지자고 합니다. 알고 보니 벌써 2년이 넘도록 새파란 어린 것과 사랑놀음을 하고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스페인에 사는 아버지는 말썽꾸러기 남동생 때문에 하던 책방 문을 닫아야 할 판에 집까지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우리 옛말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만, 사라는 정신줄을 놓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있다고 한 것처럼 사라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말하는 고양이 시빌이 나타난 것입니다. 시빌이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특별한 고양이 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사라는 시빌과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시빌을 사라의 생각을 읽어내기도 합니다. 그걸로 보아서는 시빌은 사라의 상상의 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사라는 시빌의 도움으로 위기를 헤쳐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시빌은 별난 고양이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니면 모든 고양이가 시빌처럼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양이가 사람을 길들였을 뿐 아니라 사람을 입양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고양이들이 수천년 동안 삶의 길을 걸으면서 너희 인간들을 인도해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착각의 정도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이뻐해주면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생긴다더니 딱 그 짝입니다.


하지만 시빌은 특별한 고양이임에 틀림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거’ 그렇습니다. 우리는 흔히 멀티태스킹이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오히려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시빌은 사라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킵니다. 먼저 길을 걸으면서 지나치는 다양한 색깔들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이어서 파란색에 집중하고, 그 다음에는 초록색, 노란색… 그리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모든 색을 관찰하도록 합니다. 이는 색체의 세계로 들어가는 훈련으로 다양한 색깔이 서로 녹아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책깔에 이어서 소리, 냄새, 촉감, 등 오감에 대한 훈련이 이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도 말고 그저 관찰만 하라는 것’입니다. 훈련은 고되었고, 인내심도 바닥을 보이며 지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시빌은 바로 그 불편함을 관찰할 것을 요구합니다. 좌절감과 쉬고 싶은 욕구, 근육의 아픔까지 음미해보라는 것입니다. 판단하지도 말고... 즉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마음속 모든 것을 모두 열어 보이면 마음을 옥조이던 고통의 사슬이 슬그머니 풀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입니다. 정말일까요?


병가가 끝나고 회사에 다시 나가는 날 아침 시빌은 사라에게 고양이 명상과 스트레칭을 가르쳐줍니다. 가지가지 하는 고양입니다. 심지어는 사라를 채식주의자로 만들기까지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라는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고, 심지어는 소싯적 꿈꾸었던 작가수업을 시작하기에 이릅니다. 그 첫날 사라가 컴퓨터에 입력한 글은 바로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의 첫부분입니다. 이 소설은 마치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옮긴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작가의 경력을 보면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끌탕을 하면 손해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다보면 해결방안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굳이 말하는 고양이를 불러내지 않아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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