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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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시카고를 무대로 한 갱스터 소설이라고 듣고 읽게 되었는데, 시카고가 아니라 보스턴과 탬파베이를 무대로 한 이야기였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보스턴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1926-1929년까지, 탬파의 이보르를 무대로 한 이야기는 1929-1933년, 그리고 이야기의 마무리단계는 1933-1935년입니다. 그러니까 1929년 대공황을 전후한 혼란의 시기이기도 하며, 미국 의회가 비준한 수정헌법 제18조에 따른 금주법이 적용되던 1919-1933년의 후반부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금하면 욕구가 더 동하기 마련입니다. 은밀하게 제조된 술이 법망의 틈새를 타고 유통되고, 특히 폭력조직들은 술의 제조유통망을 장악하여 치부를 하던 때이기도 합니다.


보스턴 경찰의 고위간부이며 미래의 치안책임자로 입지를 굳혀가던 아버지를 둔 주인공 조는 껄렁한 친구들과 어울려 자잘한 범죄나 저지르는 송사리 어깨였는데, 어느 날 마피아조직의 도박장을 털면서 지역보스의 애인과 눈이 맞았던 것이 첫 번째 운명의 갈림길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하는 법, 조는 애인과 멀리 도망가기 위한 자금을 만들기 위하여 은행을 털고, 그 과정에서 출동한 경찰과 총격이 오가면서 경찰이 사망하는 바람에 일이 꼬여 결국은 감옥에 가게 됩니다.


감옥 역시 범죄조직이 장악하고 있어 잠깐 한눈을 팔면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는데, 마피아조직과 충돌한 조는 당연히 조직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인 아버지도 아들의 범죄를 빼줄 수도 없고, 감옥 안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마피아의 지역보스 마소 페소카토레가 거래를 제안하고, 그 과정에서 조의 아버지가 희생되기도 합니다. 결국 조는 마소와 손을 잡고 밤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투신을 합니다. 그는 자신이 체질적으로 낮의 규칙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쿠바로부터 들어오는 밀주를 동부지역에 공급하는 역할을 떠맡게 됩니다.


템파에 도착한 조는 반대파의 음모를 격파하고 세력을 장악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경찰서장 피기스와 담판을 지어 상호불가침 영역을 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쿠바로부터 들여오는 밀주의 공급책과도 협상을 통하여 신뢰를 확보하게 됩니다. 그는 밀주유통사업을 빠르게 키워나가게 되지만, 그의 사업영역이 커가면서 마소의 견제가 들어오고, 최후의 일전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조가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던 데는 기분 내키는 대로가 아니라 수하들이 납득할만한 원칙에 따라 조직을 관리한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과의 약속을 중시하여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지 않은 것도 일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쿠바에서 온 그라시엘라와 사랑을 맺고 결국은 밤의 세계에서 낮의 규칙에 따는 생활로 전환하기에 이릅니다. 그라시엘라는 버림받은 여자들과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합니다.


참, 보스턴에서 죽은 줄 알았던 첫사랑 엠마를 다시 만나게 되는 일도 있군요. 쿠바에서... 그녀는 조가 은행에서 털어냈던 돈을 찾아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엠마는 조와 마피아 중간보스인 앨버트로부터 구애를 받는 동안에도 안전장치를 둘 정도로 치밀한 여자였습니다. 둘 다 자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소유할 욕망이 앞선 것이었음을 간파했던 것입니다. 조는 그런 엠마에게 자유를 주면서 작별을 고합니다.


조가 그라시엘라와 아들 토머스와 함께 쿠바에서 이보르로 돌아오던 날 딸의 자살에 조의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는 어빙 피기스의 저격을 받습니다. 총격 과정에서 그라시엘라가 죽고, 어빙은 폭주하는 트럭에 치어 죽음을 맞습니다.


낮의 세계에서 규칙이 있듯이 밤의 세계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조는 믿었고 그 믿음이 지난한 전쟁터에서 조를 지켜준 셈입니다. 그리하여 목숨을 지킨채 현역에서 은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무법이 넘쳐나던 시절의 시카고를 염두에 둔 책읽기였는데, 무대가 플로리다 탬파였던 것만 빼고는 20세기 초반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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