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고 재미있는 인디언 신화 1
알폰소 오르티즈 외 엮음 | 양순봉 외 옮김 / 아프로디테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신화(神話, Mythology)는 한 나라 혹은 한 민족으로부터 전승되어 오는 이야기로 실재하는 장소, 사물, 혹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사실로 믿어지는 전설과는 달리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화세계에서는 신과 인간을 둘러싼 이야기들로 국한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역마다 독특한 신화가 전해오지만, 때로는 유사한 맥락을 가지는 신화도 있습니다.

요즈음 공부하는 아메리카대륙에 관한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황당하고 재미있는’이라는 수식어에 눈길을 끄는 바람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저자들이 25년간에 걸쳐 80여개의 미국 인디언 부족들로부터  채집한 160여 편의 신화를 모아 ‘인간 창조’, ‘사랑과 갈망의 이야기들’, ‘코요테의 울음과 웃음들’의 3장으로 나누어 엮은 원본에서 58편을 뽑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앞선 두 개의 장에 실린 이야기들은 비교적 고전적인 이야기들이고, 마지막 ‘코요테의 울음과 웃음들’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19세기의 자료에서 얻은 것이라고 합니다.

‘인간 창조’에 담긴 이야기들은 인간과 신이 나뉜 과정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활필수품이라 할 소금이나 옥수수, 들소나 말, 주술의식 등을 얻거나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든가, 남녀의 차이, 다른 인종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죽음은 무엇인지 등이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원주민의 선조들은 핏덩이 신화를 믿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생긴 핏덩이를 토끼가 기르게 되었다던가, 자식 없는 늙은 부부가 기르게 되었다던가 하는 등입니다. 이런 신화 혹은 전설은 부족의 시조가 어디서 왔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여기 담긴 이야기들은 오래 전에 있었던 사건을 비유적으로 혹은 격을 높일 수 있도록 각색하여 후대에 전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의 시각으로 해석하게 되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야기의 앞에, 혹은 뒤에 이야기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달아놓았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토끼, 코요테, 사슴 등은 각각의 동물에 해당하는 성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싶습니다. 우리네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곰과 호랑이를 그와 같은 성품을 가진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랑과 갈망의 이야기들’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때로는 동물, 심지어는 달과 결혼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들이 사물에서 따온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은 신성하고 썽 또한 그렇다. 이별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속해 있는 것이다.(150쪽)”이라고 한 것처럼, 원주민들의 성에 대한 관념이 개방적이고 파격적인 경우도 있는데, 그들이 성적으로 더 난잡했다는 증거는 없는 듯합니다. 따라서 그들의 성관념이 그리 위선적이지 않았다는 저자들의 해석이 수긍되는 듯합니다.

워너브러더스의 만화영화 <루니툰>에 나오는 코요테는 매번 로드러너에게 당하는 것으로 나와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만, 신화에 등장하는 코요테는 악동이자 영웅으로 상상도 못할 장난을 저지르기도 하고, 위대한 문화의 전도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요테와 익톰, 그리고 다른 모든 광대들은 모두 신성하다. 그들은 우리 삶의 필요한 한 부분이다. 예전의 우리 인디언처럼 한이 많은 사람들 또한 살아갈 힘이 되는 그들만의 해학이 필요하다.(263-264쪽)”라고 한 것처럼 백인들에게 핍박받는 동안 만들어진 민담 혹은 전설도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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