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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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말이 되면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을 읽기 위하여 여성 월간지를 살 정도로 신작소설에 빠졌던 시절도 있습니다만, 소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은 어쩌면 TV드라마가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요즘에는 드라마마저도 시들해진 것은 다시 돌아간 책읽기에 필요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해진 까닭에 더하여 드라마에 재미가 덜해진 탓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드라마 가운데 ‘막장’ 드라마라는 정체가 모호한 분야가 있습니다.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까 싶은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탓에 그만 보아야겠다고 하면서도 묘하게도 끌어당기는 맛이 있는데, 그것은 어쩌면 결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막장을 지향하는 드라마 때문인지 막장을 지향하는 소설도 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막장을 내세운 전아리 장편소설 <어쩌다 이런 가족>입니다. 드라마처럼 등장인물도 부모와 두 딸이 핵심인물이고 핵심인물 주변에 조연이 몇 사람 등장합니다. 막장으로 가는 이야기에 특정 부류가 있을 까닭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상류층이라고 하면 뭔가 색다른 무엇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최고 출판사를 운영하지만 해결사를 동원하기도 하는 다혈질 아버지 서용훈과, 뼈대 있는 집안 출신으로 평생 우아하게 살아온 어머니 유미옥. 부모의 뜻대로 성장해온 별명마저 마더 테레사인 첫째 딸 서혜윤, 돌연변이처럼 튀는 행동을 해서 언니와 비교되는 둘째 딸 서혜란이 핵심 등장인물입니다. 사건은 첫째 딸이 XX 동영상을 미끼로 협박을 받게 되었다는 데서 시작됩니다. 핵심인물들은 성격대로 상황처리에 나서게 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야기의 구성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시노부선생님, 안녕!; http://blog.joins.com/yang412/14159123>에 나오는 「시노부선생님의 상경」에서도 엄격한 집안의 아이들이 자작 납치극을 벌이고 시노부선생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는 것처럼 큰 딸이 벌인 자작극에 온 식구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러 드는 것이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 해결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막장 드라마 같은 소설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막장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처럼 <어쩌다 이런 가족>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천성이라는 것 혹은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결말의 충격이 대단했기 때문인지 핵심등장인물 모두가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한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젊은 작가이다 보니 처음 듣는 유행어(?)를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대목입니다. “진짜 노는 물이 다르다는 건 태어나기 전 양수의 수질부터가 다르다는 거(15쪽)” 그런가 하면 “일단 집에 발을 들인 사람은 동냥을 하러 온 거지일지라도 손님이므로 먼저 예의를 차려 대접해야 한다(96쪽)”라는 고풍스러운(?) 개념도 등장합니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주연급 등장인물 4명과 조연급 등장인물 3명이 이끌어가는 20꼭지의 이야기들이 교차되고 있고, 그 이야기의 핵심을 요약은 제목을 달았다는 점입니다. 작은 제목이 달린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까마득하기에 눈길을 끌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둘째딸 혜란이 가장 많은 여섯 꼭지에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혜란을 주인공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 일이란 자고로 없었던 듯 지내다보면 기억 한 구석으로 밀려나게 되고 종국에는 정말 없는 일처럼 되는 법’이라는 어머니 유미옥의 철학에 따라 일을 처리했더라면 막장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랬더라면 이야기가 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떻든 살아가면서 참고할만한 경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작가는 이 막장 이야기를 통해서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느낄 때일수록 서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를 희망하는 것 같습니다. 불편함을 토로하고, 상대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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