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미식 - 108가지 청두(成都) 맛집여행
캉칭 지음, 임화영 옮김 / 이담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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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출장길에 북경에 한 번 다녀온 것이 유일한 중국방문이었습니다. 출장이었으니 구경은 업무 사이에 잠깐에 불과하였습니다.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이렇게 방문할 기회가 없는 것은 우선 먼 나라부터 찾아보자는 원칙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중국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여행에 나서기 전에 중국을 구경해야 한다는 조언도 듣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나라를 먼저 보면 먼 나라는 아예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우선순위를 정한 것입니다.

 

사실 중국을 방문한 적은 없으면서도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있는 중국의 영향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에 읽은 <펜으로 그린 베이징;  http://blog.joins.com/yang412/14104933>을 비롯해서 중국에 관한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베이징에 이어 이번에는 사천지방에서 미식으로 이름난 청두의 맛집을 소개한 <사천 미식>을 읽게 되었습니다. 청두출신 작가가 직접 쓴 것이니 틀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청두 사람의 미각을 기준으로 했다면 다른 지역,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사천음식이 맵다고 알고 있어서 더욱 그렀습니다. 책 내용의 소개에 앞서 잠깐 언급하면, 개구리요리는 그럴 수 있다쳐도, 토끼 머리를 통째로 내는 요리도 있다고 합니다. 몬도가네가 따로 없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언젠가 스위스에서 오신 손님을 모시고 용인 민속촌에 갔다가 번데기를 권했더니 질겁하던 생각이 납니다.

저자는 108곳의 맛집과 그 집의 대표요리를 18부문으로 구분하여 소개합니다. 역시 사천음식의 대표주자인 훠궈를 제일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음식도 훠궈, 고기구이, 면류, 등 다양할 뿐더러, 차, 술안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음식점에서 먹을 수 있는 유명한 음식 뿐 아니라 사천지방에서 흔히 먹는 집밥도 별도로 소개합니다.

혹시 음식을 만드는 법도 같이 소개되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신 분들은 실망하실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청두에서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음식을 잘하는 맛집을 소개하고 있을 뿐이며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어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장기를 살려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그림이라는 것이 앞서 읽은 <펜으로 그린 베이징>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음식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림에는 키키라는 다홍색 머리칼을 가진 소녀와 무무라는 이름의 팬더, 그리고 비우비우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연은 당연히 음식이 되겠지요? 한 마디로 오감으로 음식을 느껴 구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림을 통하여 눈으로 감상하고, 저자의 설명에 따라 음식을 미각은 물론 소리로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108가지의 맛집을 고른 내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청두의 맛집을 고르는 것이야말로 번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려 108가지나 되는 번뇌말입니다. 사실 108번뇌를 경계하는 불교에서는 역시 탐욕을 경계하는데, 미식을 찾는 일 역시 식탐이라 할 수 있겠고, 식탐이 탐욕의 하나라고 한다면 맛집을 찾는 일을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는 청두의 맛집 소개가 이 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는 있습니다. 별책부록으로 108곳의 맛집의 대표음식을 별도로 그리고 위치정보를 담은 QR코드까지 담아낸 것을 보면 아주 청두의 음식소개에 팔 걷고 나선 듯합니다. 혹시 청두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당연히 챙기셔야 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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