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 - 정직한 페루미술을 찾아서
유화열 지음 / 아트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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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남미여행을 준비하면서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을 찾아 라틴아메리카의 미술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예술품은 물론 현대미술 작품도 꽤나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막상 남미여행을 하면서는 라틴미술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라틴아메리카, 특히 페루의 미술세계를 돌아본 느낌을 정리한 <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이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저자는 멕시코로 유학하여 산카를로스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면서 라틴아메리카의 미술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술진흥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예술을 연구하게 되면서 페루미술의 본바탕을 직접 보아야 할 것 같은 강박감이 생겼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페루행 비행기를 탔던 것인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행적을 보면 여늬 남미여행자들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일단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리마를 기점으로 하여 쿠스코, 푸노, 아케피카, 이카, 아야쿠초를 돌아서 리마로, 이어서 카하마르카, 트루히요를 거쳐 다시 리마로, 마지막으로는 나스카를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페루하면 잉카문명만 떠올립니다만, 태평양을 따라 펼쳐진 안데스 산록에는 잉카 문명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문명이 일어났다가 스러지기를 반복하면서 후대에 영향을 주어왔다고 합니다. 잉카문명에 이르기까지의 13개의 문명의 특징을 산악지역과 해안지역으로 구분하고 북부, 중부, 남부로 각각 구분하여 나누어놓은 저자의 착안이 독특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들 문명이 어떻게 후대에 영향을 미쳤는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술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페루 사람들과의 적극적으로 만나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꽤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내려오는 신화 혹은 민담도 적극적으로 채집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즈텍이 소수의 스페인군인에게 무너진 것은 지배부족이 피지배부족을 강압적으로 통제했기 때문에 피지배부족들은 스페인이라고 하는 외세를 빌어 복수할 기회를 구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잉카제국 역시 피지배부족들의 반발심리를 이용하여 무너뜨릴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안타깝게도 스페인군에 호응한 원주민들은 스페인 군인들이 바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인데, 그런 순진한 생각이제 발등을 찍는 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제국의 멸망에 이어 도와준 원주민들까지도 식민지배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저 야만인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방대한 지역에 흩어져 있던 문명의 흐름을 서로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 고미술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가를 유추해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진과 스케치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기획도 돋보입니다. 페루미술을 돌아보고 난 저자는 느낀 점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직하다는 말은 왠지 재미없고 딱딱하고 고루할 것만 같아 미술에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구나 환상, 때로는 지나친 감정이입으로 인한 과장도 서슴치 않는 게 미술 특유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페루미술에는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은 마음에서 나온 간절한 정직함이 있었다. (…) 절박한 심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 것이 페루미술이고, 그런 탓에 그 정직함이 더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279쪽)”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는 정말로 먼 곳이다. 그래서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최근에는 남미에 대한 관심이 불붙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다녀올 생각을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넉넉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터에 미술이라고 하는 특정부문에 대한 세밀한 기록을 내놓은 저자의 노고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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