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와 시인들 - 사랑의 이야기
클라우스 틸레 도르만 지음, 정서웅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베네치아에 다녀온 이야기를 쓰면서 마침 눈에 띄어 읽게 되었습니다. 겨우 한나절 구경한 것을 가지고 베네치아를 거론하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입니다. 어느 한 도시를 제대로 알려면 얼마나 머물러야 하는지 정답을 없을 것 같습니다. 베네치아는 온 세상의 문인들이 꿈꾸는 도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응은 다양했던 모양입니다. 찬미한 사람도 있으며 비판적인 글을 남긴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작가 클라우스 틸레-도르만은 베네치아에 대한 글을 남긴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29명의 작가를 엄선하여 그들이 남긴 베네치아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냈습니다. 그 시작은 베네치아가 르네상스의 중심이 되는데 있어 인쇄소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베네치아에는 200여개의 인쇄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알도 마누치오는 책의 제왕이라고 불리 울 정도로 유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도 마누치오를 첫 번째 인사로 모시게 된 것 같습니다. 알도 마누치오의 집에는 ‘이곳에서부터 그리스의 높은 학식이 대중을 위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29쪽)’라고 적혀 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르셀 프루스트, 존 러스킨,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남긴 글들을 이미 읽은 바 있습니다만 그밖에 인사들의 주옥같은 글을 읽으면서 베네치아를 어떻게 예찬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이런 구절들을 접어두었습니다. 영국의 문필가 토머스 코이에이트의 글입니다. “모두 여섯 시간을 오르내리며 흐르는 이 바다의 팔들은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인체의 혈관처럼 도시를 꿰뚫고 흐르다가 대운하로 흘러들어 거기서 모두 합쳐진다. 운하는 무엇보다 두 가지 이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도시에서 유입된 온갖 쓰레기와 오물을 운반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직접 손을 봐서 정화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 완전하진 않아도 물굽이를 따라 오르내리는 동안 그것들을 빨리 운하를 벗어나 흘러간다.(74쪽)”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은 곤돌라를 타고 수로를 통하면 걸어가는 것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베네치아의 운하를 혈관에 비유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것 같습니다.

 

헨리 제임스는 이런 글을 적었습니다. “이 피조물은 아주 섬세한 여자같이 수시로 변한다. 모든 시각으로 그 아름다움을 인지할 때에야 비로서 확실히 알게 되는 여자같이. 그녀는 기분이 좋거나 때론 우울하다. 그녀는 날씨나 시간에 따라 창백하거나 빨갛거나 회색빛이거나 장밋빛이거나, 차갑거나 따듯하거나 신선하거나 무미건조하다. 그녀는 항상 재미있고 거의 항상 슬프다. 그러나 수천 가지 우아한 기교를 부릴 줄 알며, 늘 행복을 가져다주는 놀라운 일들에 탁월하다.(246-247쪽)” 베네치아를 여인에 비유한 것도 참 적절합니다. 해가 조금만 기울어도 베네치아의 색조는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분위기가 바뀌는 베네치아는 정말 변덕스러운 여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비유도 놀랍습니다. “베네치아로의 여행만큼 긴장되는 경우도 없다. 기차가 물의 도시로 들어가노라면 도시가 물로부터 서서히 솟아오른다.(267쪽)” 차가 베네치아 본섬에 가까워지면 수면 아래 숨어 있던 도시가 물 위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겨울에만 베네치아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이렇게 적었습니다. “경루 저녁에는 바다가 거꾸로 부는 동풍에 휩쓸리면서 모든 운하를 목욕통 모양의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운다. 때로는 물이 넘치기도 한다. 그러나 지하층에서 달려 올라와 ‘수관(水管) 주세요!’하고 외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애당초 지하층이란 게 없기 때문이다. 도시는 발목까지 물에 잠긴다. … 순례자들은 물속에서 구두를 시험해본 후 호텔 방 히터 위에서 말린다. 토박이들은 고무장화를 꺼내러 신발장으로 향한다.(345쪽)” 사리 때는 해수면이 높아져 산마르코광장이 물에 잠긴다. 우리가 갔을 때도 산 마르코성당 앞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물 위로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만든 틀이 놓여 있었다. 베네치아에 관한 문호들의 뒷 이야기, 심지어는 창녀에 이르기까지도 거침없이 담아낸 흥미로운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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