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 - 인간 존재의 빛나는 증언
생 텍쥐페리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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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를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시 읽은 셈입니다. 읽어가면서 기시감이 더해지더니, 모두 읽은 다음에 확인해보았더니 지난해 읽었던 <인간의 대지; http://blog.joins.com/yang412/13684296>와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인간의 대지>의 원제는 ‘Terre des hommes’인데,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는 ‘Wind, sand and stars’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불어판과 영어판으로 각각 번역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의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표현에서는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옮긴 분들이 원전에 대하여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서 다만 추측을 할 따름입니다.

 

<인간의 대지>는 ‘대지는 우리에게 만권의 책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왜냐면 대지가 인간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로 시작하여 “‘정신’의 바람이 진흙 위로 불어야만 비로소 ‘인간’은 창조된다.”로 끝납니다. 적어놓고 보니, 대지가 인간에게 저항한다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 앞에 인간이 한 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생텍쥐페리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시원치 않은 비행기로 자연에 맞선다는 것 자체가 도전 일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막에 불시착해서 천행으로 빠져나온 자신의 경험은 물론 안데스 산에 추락하여 귀환한 기요메의 경험, 그리고 이륙은 했지만 돌아오지 않은 선배 동료 비행사를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는 ‘대지는 우리에게 그 어떤 책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왜냐하면 대지는 저항할 줄 알기 때문이다.’로 시작해서 ‘영혼이 대지 위에 숨 쉴 때, 오직 신성한 정신만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로 끝을 맺고 있어 맥락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모래와 별’이라는 제목은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때문인지, 저자의 경험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밤에 비행기를 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 좋게 창가에 앉게 되면 지상에 흩어져 있는 불빛을 볼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엄청난 불빛들이 모여 휘황찬란하기도 하지만,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곳을 지날라치면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불빛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그 불빛의 의미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이 어둠의 망망대해에서 반짝이고 있는 모든 불빛들은 하나하나가 그 나름대로의 뜻과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떤 집안의 불빛은 책을 읽기 위해서 그렇게 켜져 있었고, 다른 집안에서는 공간을 측정하기 위해서, 또 안드로메다 성운을 열심히 관찰해보기 위해서 켜져 있기도 했다. 그 모든 불빛 속에서 사람들은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다.(7쪽)”

 

사막에 추락한 생텍쥐페리가 생환되는 과정도 그렇지만 기요메가 겨울 안데스 산속에 추락했다가 생환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은 어쩌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귀감이 되는 바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켈도, 로프도, 식량도 없이 4,500미터나 되는 높은 봉우리를 기어오르기도 하고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서 발과 무릎, 손이 터져 피를 흘리며 깍아지른 절벽을 기어오르기를 계속하였지만, 종국에는 쏟아지는 졸음에 무의식적으로 저항하면서 걸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동료들에게 돌아가기 위한 길이 아니라 죽음으로 향하는 길일 수도 있는... 하지만 자신이 돌아가지 못할 경우에 아내가 부딪쳐야 하는 난관을 생각하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력을 다해 앞으로 전진했다는 것입니다. 역시 사랑의 힘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생텍쥐페르는 파리-다카르 노선의 우편비행기와 남미노선의 우편비행기를 몰면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험난한 자연환경과 그에 맞서는 비행사들의 빛나는 열정을 작품에 잘 녹여냈던 것입니다. <생 텍쥐페리의 우연한 여행자>는 자신은 물론 동료들이 겪은 사건들을 변주없이 적고 있어 당시 우편비행의 사정을 잘 그려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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