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 1
데이비드 미첼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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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가 만연한 학교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다룬 열세살 소년의 성장소설 <블랙스완그린>의 작가 데이비드 미첼의 세 번째 소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읽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의 저자가 추천한 책이었는데,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이탈로 칼비노의 걸작  <겨울밤의 나그네라면>에서 착안한 구조를 발전시키고, 다양한 장르를 녹여냈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19세기에서부터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이르기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여섯 개의 이야기의 앞부분을 먼저 소개하고, 이어서 마지막으로부터 거꾸로 마무리하는 방식입니다. 서로 별개의 이야기이면서도 교묘하게 연결되는 이 작품은 작가의 다음 작품인 <블랙스완그린>에까지 등장인물이 된다고 합니다. <블랙스완그린>의 주인공 제이슨이 만나는 미스터리한 여성 에바 판 우트리버 데 크롬린크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두 번째 이야기 「제델헴에서 온 편지」에서 작곡가 로버트 프로비셔를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의 배경은 19세기 남태평양 뉴질랜드 인근의 섬이며, 고향인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선량한 공증인 애덤 어윙을 주인공으로 한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는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1930년대 영국의 재능있는 작곡가 로버트 프로비셔가 음악학교에서 처한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벨기에의 고성에 머물고 있는 당대의 유명한 작곡가의 일을 도와주면서 펼쳐지는 방탕한 삶을 그린 「제델헴에서 온 편지」는 서간체 소설의 형식을 가지며, 세 번째 이야기는 1970년대 미국에서 서부해안에 건설되는 핵발전소에 숨겨진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여기자 루이자 레이의 모험담을 그리는 「반감기-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는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21세기 초에 영국을 무대로 최대의 베스트셀러소설을 출판한 출판업자 티머시 캐번디시가 곤경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은 요양병원에 갇힌 통제된 삶을 시사하는 미래소설로, 다섯 번째 이야기는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로, 순혈인간을 모시기 위하여 만들어진 복제인간 손미의 이야기를 그린 「손미-451의 오리즌」 역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는 미래소설의 범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핵폭발로 인하여 지구의 모든 문명이 파괴된 머나먼 미래의 하와이를 무대로 한 양치기 자크리의 이야기 「슬로샤 나루터와 모든 일이 지나간 후」는 SF소설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는 다양하게 펼쳐지는 인간의 야만성과 이에 맞서는 주인공의 노력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서 문명과 야만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대비시키고,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애덤 어윙의 태평양 일지」는 책으로 꾸며져서 「제델헴에서 온 편지」에서는 프로비셔가 읽게 되고, 프로비셔가 쓴 편지들은 친구이며 루이자 레이에게 핵발전소의 심대한 문제점을 바로잡는 숙제를 넘겨주는 물리학자 루퍼스 식스스미스박사에게 보내진 것들입니다. 「반감기-첫번째 루이자 레이 미스터리」의 원고는 출판업자 티머시 캐번디시에게 넘겨져 출판의 기회를 맞게 되는데, 「티머시 캐번디시의 치 떨리는 시련」은 실패한 유럽식 민주주의 시대에 제작된 영화의 형태로 손미-451에게 전해집니다. 그리고 손미는 문명이 파괴된 먼 미래의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의 구원의 여신이 되고 있습니다.

 

옮긴이는 서로 닮은 점이 없는 주인공들이 하나의 영혼이라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만, 쉽게 납득되지 못하였습니다.

끝으로 「손미-451의 오리즌」에 등장하는 한국은 제가 사는 곳 가까이 있는 대모산을 비롯하여 서울과 지방의 다양한 곳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되고 있어서 마치 작가가 한국에 오랫동안 살지 않았나 하는 착각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이 복제인간의 비극적인 삶의 주무대로 선정된 이유도 설명되지 않고 있어 궁금합니다. 황우석박사 덕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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