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식물 -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 마키노의 식물일기
마키노 도미타로 지음, 안은미 옮김, 신현철 감수 / 한빛비즈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주말걷기를 할 때는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에도 관심을 쏟고는 했습니다. 물론 식물학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서 그때는 이름을 몰라도 카메라에 담아 블로그에 올려두면 꽃박사 블로그 친구들이 이름을 알려주곤 했습니다. 그때는 블로그 친구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참에 나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가도 금세 까먹곤 했습니다. 무엇이든 끈기가 중요한데 그게 잘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아무래도 없던 집념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루 한 식물>의 저자인 마키노 도미타로박사 역시 집념으로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경지에 이른 분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열네살에 관심이 많던 식물을 공부하기 위하여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식물채집을 하면서 독학으로 앎을 쌓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여 이름을 붙인 것만해도 2377종에 이를 정도라고 합니다. <하루 한 식물>은 하루에 한편씩 식물에 대한 글을 써 석달 열흘, 즉 100일에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서문에서는 하루에 하나의 식물을 주제로 글을 썼다고는 합니다만, 기획에 가름하는 ‘일본 식물 이름 읽고 쓰기’를 비롯하여, 33번째 글인 ‘스물네 살의 지볼트’, 44번째 글은 ‘오노 란잔 선생의 해골’처럼 일본의 식물학에 관련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읽어가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면, 먼저 글쓰기는 꾸준하게 일정한 분량만큼 매일 쓰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매일 한편의 글을 쓰려면 충분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주전공분야가 있어야 주제를 끊이지 않고 이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책의 번역본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인데, 일본의 년호는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서기로 변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표현은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어주는 것은 어떨까 싶은 대목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말을 가리키며 사슴이라 말하고...(22쪽)’은 아마도 원저에 지마위록(指馬爲鹿)라고 적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입니다. 진시황제의 환관 조고가 호해를 황제에 올리고 권력을 잡았을 때 중신들을 시험하기 위하여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우긴 사례로부터 온 것입니다. 지마위록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하루 한 식물>을 써내려간 가장 큰 이유는 고유한 일본 이름을 가진 식물을 잘못된 한자로 표기하는 경향이 적지 않게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 나머지 바로 잡으려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 정도의 위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그런 경향을 지나치게 거친 표현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양버찌라는 이름은 (…) 앵두의 오류에서 비롯됐다. (…) 걷잡을 수 없이 펴져사는 기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손 놓고 있는 원예 세게 사람들의 과학적 이성 없음에 가련함을 느낀다. 농업 지도자와 학자들에게 죄를 물어야 마땅하다.(115쪽)’ 저자의 이런 기세는 일반인은 물론 식물학의 대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저자가 위대한 학자라고 칭송해마지 않는 오노 란잔선생도 그의 독설을 피해가지 못한다. 감자는 분명히 중국의 마령서와는 다른 품종인데도 불구하고 오노 란잔선생이 마령서를 감자라고 소개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마령서와 감자! 서로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세상 사람들은 란잔의 그릇된 학설에 속아 대부분 눈뜬 장님이 됐으니 참으로 딱하기 이를 데 없다. 그 어수룩함에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22쪽)’


그런데 저자의 주장 가운데 의문이 드는 대목이 없지 않으니 대가의 주장에 토를 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서 적어봅니다. 왜종려와 당종려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일본에는 두 가지 종류의 종려나무가 자생하는 것 같습니다. 두 종려나무는 단일품종으로 보인다고 했는데, 일본종려가 중국으로 건너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저자는 중국종려는 일본종려의 변종으로 단정한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유전자검사도 한다는데 정황만으로 가지고 이렇게 단정짓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정황으로 본다면 오히려 일본종려를 당종려의 변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든 저자는 만엽집을 비롯하여 일본의 전통가사에서 노래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이끌어와서 학문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류의 책들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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