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
오현호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자(老子)> 41장에 보면 “아주 흰 빛은 때가 낀 것 같고, 아주 큰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큰 그릇은 더디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大白若辱 大方武無隅 大器晩成(대백약욕 대방무무우, 대기만성)]”는 구절이 있습니다. 노자에서는 거의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미로 쓰였지만, 오늘 날에 와서는 뒤늦게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비유하는데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이 없는 곳으로 간다>는 대기만성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인간승리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삶을 부끄러운 듯 겸손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나름대로는 심지가 굳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뚝심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빚보증을 잘못서서 가세가 기울면서 일탈의 길을 걷던 우리의 주인공은 고3때는 49명 가운데 43등으로 내신 7등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보이지 않은 뒷받침으로 외국어경시대회에서 입상하면서 국제화 특기생 지원 자격을 얻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형을 따라서 해병대에 자원입대를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 막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저자는 해병으로 근무하면서 리더십을 배우게 되고, 세상을 사는 지혜를 터득하는, 그야말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군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피하려다보면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대를 하고부터는 도전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국 일주 무전여행, 무작정 호주로 가서 스쿠버다이빙 강사자격 따기, 대학생 해외봉사단으로 성발되어 갔던 캄보디아 봉사활동, 한국산악연맹이 주관한 오지탐험대원으로 선발되어 아프리카 우간다의 르웬조리 산맥 등반, 스위스 로잔대학의 교환학생, 80일간의 유럽일주여행 등등...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일부는 자신이 벌어서 대기도 했지만, 몸으로 때우거나, 혹은 스폰서를 얻어내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입니다.

 

졸업하고서는 삼성전자의 북아프리카담당으로 취업에도 성공하는, 초년고생을 바탕으로 잘 풀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잘나가는 인생의 중간에 또 다른 선택을 한 것을 보면 저자야 말로 역마살이 끼어도 단단하게 끼었던 모양입니다. 6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에 사표를 던지고 파일럿에 도전한 것입니다. 먼저 국내 항공사의 운항인턴에 도전했다가 미역국을 먹고는 항공대학의 운항학과에 다시 입학을 한 것입니다. 이론교육을 마치고서는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있는 플라이트 세이프티 인터내셔널에 입학하여 비행훈련을 받은 끝에 사업용조종사 자격을 획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꿈에 그리던 파일럿이 된 저자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나라온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세계일주를 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경비행기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기획안을 준비하고 있어서 조만간 오현호기장이 조종하는 나라온이 세계일주에 나섰다는 뉴스가 전해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회란 놈은 온다고 소문을 내고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느낌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실패도, 방황도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적은 꿈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부시파일럿, 나는 길 없는 곳으로 간다>는 스스로를 붙들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꾸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터득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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