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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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도 묘하게 비슷한 성격의 책을 몰아서 읽게 되는 쏠림 현상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부터 다니기 시작한 해외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만, 사이사이에는 다른 분야의 책들을 읽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족이나 친지와 같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로 괴로워하는 분들을 위한 책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어제 리뷰를 정리한 이시하라 가즈코의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http://blog.joins.com/yang412/13813712>가 있고, 다음 주에 긴 호흡으로 리뷰를 쓰게 될 최광현의 <가족의 발견>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의 경우에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상처를 받을 일이 많아진다면서 ‘자기 위주’의 삶을 살기를 권하기도 합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사무실에서도 말단인 처지에 실적도 변변치 못해 부장으로부터 닦달을 당하는데 겨우 따낸 계약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여 계약이 취소당할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말단 회사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오야마처럼 사무실에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한번쯤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만두었을 때 오라는 데가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은 갈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고 주눅이 든 채로 눈칫밥을 먹어가면서 버티기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포자기에 빠져 세상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람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아오야마 역시 안타까운 사례에 속할 수도 있었는데, 기연(奇緣)을 만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요? 지금 당장은 죽고 못살 것 같은 일도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주인공 아오야마가 퇴근길 전철역에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위태롭게 본 야마모토가 구원의 손을 내밀어준다는 것은 너무 우연에 기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이 알고 보니 이미 죽은 사람이더라는 설정은 뒷골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여름에 읽으면 제격이겠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반전..... 너무 소설적이라서 현실감이 떨어져 보이는 느낌이 남은 것이 아쉽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야마모토가 초면의 아오야마에게 손을 내민 까닭을 “그날의 너와 똑같은 표정을 한 녀석을 아니까(106)”라는 알듯 모를 듯한 말로 설명했지만, 책을 읽는 저 역시 아오야마처럼 그 의미가 금방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야 주인공 앞에 나타난 야마모토가 심리상담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나 아오야마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작가는 이 책을 일종의 고단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풀어주는 묘방(妙方)을 제시하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당장 죽을 듯이 고통스러운 일도 생각을 바꾸어 보면 그저 한바탕 바람으로 지나가는 일이더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 말입니다. 회사가 나를 힘들게 하면 굳이 버티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정말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가진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보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닐 것입니다.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가 많으면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작가의 첫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들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미생>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 그리고 신문지상을 통해서 흔히 만나는 불행한 사건들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감성을 일깨울 수 있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독자의 감성을 잘 읽어낸 작가의 후속작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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