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작게, 깊숙이 - 나를 매혹시킨, 서른 두 개의 유럽 마을을 걷다
권기왕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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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사진작가이면서 여행작가인 권기왕님의 <느리게, 작게, 깊숙이>를 골랐던 이유는 아마도 제가 다녀왔던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등의 지명이 눈을 끌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같은 작가가 같은 해 내놓은 <유럽 마을 산책>에서 다루고 있는 장소가 동일하고 사진도 같은 듯 한데, 다만 소제목만을 달리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불과 7개월 정도의 차이밖에 없고, 출판사까지도 같은데 말입니다. 

 

저자는 유럽 16개국의 32곳을 방문하여 느낀 점을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 수록된 장소들은 유럽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이 독특합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유럽의 진짜 매력은 수백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옛 도시와 마을들, 그 마을이 품고 있는 풍성한 문화와 이야기에 있다(7쪽)” 그래서 대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에서 서른 두 곳만을 꼽았다고 합니다. 여행 중에 우연히 들른 곳도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저도 네 곳은 가보았기 때문에 저자의 느낌이 동참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독특한 점은 사진작가답게 아름다운 사진을 풍성하게 담고 있는 점과 이들 장소에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요약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곳에서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를 안내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숙소를 정하지 않은 채 여행을 다녔습니다만, 유럽에서는 아직 그럴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대범하거나 유럽 여행에 도가 트였기 때문인지 현지에 도착해서 숙소를 구하는 편인가 봅이다.

 

읽어가면서 풀리지 않은 의문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설명이 끝나는 부분에서 무언가 미진한 느낌이 꼭 남는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독일의 바하라흐에서 만난 중세 고성에서의 하룻밤에 관한 글은 이렇게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그만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와, 눈앞에 끝내주는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슈탈레크 성의 아랫부분은 발 아래로 한참이나 내려앉아 있고, 라인강과 마을, 구릉의 초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나는 이 세상 어떤 특급호텔의 비싼 방이라 할지라도 이 작은 방과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이면 다시 길을 떠날 여행자인 나는 반더포겔처럼 고성의 탑 꼭대기에 하룻밤 둥지를 튼 것이다.(12쪽)”

 

16개 국가도 산발적이지만 32개의 장소 역시 공통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의 설명을 따라 읽다보면 나름대로 독특한 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 장소들을 꼭 찾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의 베로나, 스페인의 론다, 독일의 하이델베르그와 같이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장소들은 예외로 하고 말입니다.

 

다만 책장의 뒷면에 적어 놓은 책 제목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 조금은 공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느리게; 거대한 유럽의 수도들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대도시에서는 심호흡 한번 어렵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천천히 걷고 천천히 보고 천천히 잠드는 그런 여행. 조금 작게; 화려한 수도에 비하면 너무나 수수한 마을들, 하루 이틀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이 곳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시간이 나를 따라 흐른다, 그리고 깊숙이; 마티스를 사로잡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방스. 소설 <향수>의 배경이 된 그라스. 파스칼의 산책길이 있는 그의 고향, 클레르몽페랑.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베로나와 시에나. 헤밍웨이가 사랑한 낭만 도시 론다.” 그래도 북적이는 수도조차 보지 못한 상황에서 느린 여행을 사치처럼 느껴지는 것도 해외여행 초짜인 때문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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