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사슬
김영진 지음 / 참윤퍼블리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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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근무하는 김영진위원님께서 연초에 건네주셨던 <담배와 금연요법>을 통하여 담배의 폐해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시는 글솜씨가 대단하시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집을 내셨다고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김위원님의 문집 <먹이 사슬>을 받아 목차를 살펴보니 수필에다 소설까지 싣고 있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가끔 원고청탁을 받곤 하지만 저의 글은 성격이 모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머리말에 정리해두신 수필의 정의를 보니 제가 쓰는 글이 크게는 수필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책은 머리말부터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먹이사슬>에는 문단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을 모아 엮었다고 하시니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먹이사슬>은 열네 편의 단독 혹은 연작 수필을 한 묶음으로 하고, 이어서 한편의 연작 중수필을 한 묶음으로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세편의 소설을 모았습니다. 제 경우는 가벼운 소설을 주로 읽어온 탓에 깊이가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김작가님의 소설들이 읽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더라는 말씀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방역이라는 개념이 없던 그 옛날 장티푸스가 번진 시골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엮은 소설 ‘수리부엉이’는 아무래도 의학을 전공한 탓에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 ‘황금벌판’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는 농군이 잘 살아보기 위하여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쌀이 남아도는 요즘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만, 논 한마지기에 목을 매달던 옛날 농부들은 아마도 절절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사회의 구조가 바뀌는 길목이라는 시대적인 안타까움에 절망하는 주인공이 너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소설 ‘남양의 절벽 위에 서다’는 저에게 생소한 바다낚시를 소재로 하고 있어 대물을 건 주인공의 그 짜릿한 느낌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투 끝에 끌어올리는 집념에 박수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남양의 모습은 물론 낚시가 진행되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제가 마치 남양 절벽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수필로 실린 ‘현대의학이 걸어온 길’은 아무래도 현대의학의 역사에서 가려 뽑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일부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동양의학과 마찬가지로 여건이 비슷했던 전통의학에 뿌리를 둔 서양의학이 현대의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잘 정리된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저 역시 서양의학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들을 두로 섭렵한 바 있어 김작가님이 이야기하려는 뜻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먹이사슬>에 실린 작품들을 뒤에서 거슬러 살펴보는 것이 편치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먼저 먹는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맛있는 것을 맨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두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도 좋고 중수필도 좋았지만, 앞부분의 경수필들에서 느낀 소감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맨 마지막으로 미룬 것입니다.

 

경수필은 아주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국내외 여행기나 세시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고, 문필가로 활동하면서 만난 인연을 소개하는 글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이 끌린 글은 문집의 표제이기도 한 연작수필 ‘먹이사슬’입니다. 메뚜기, 우렁이 그리고 가물치 잡기, 돼지, 닭, 누렁이 등 시골집 마당에서 흔히 보던 짐승 등, 어린 시절을 보내던 시골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담으신 글입니다.

 

‘마른 논바닥을 거닐며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있다. 그 구멍에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 넣으면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이 손가락 끝에 와 닿는다.(46쪽)’ 우렁이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연작수필 ‘먹이사슬’에 특히 마음이 가는 것은 저 역시 김작가님처럼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보면 김작가님께서 저와 연배가 비슷할 뿐 아니라 성장배경까지도 비슷한 데가 많아 김작가님의 글이 울림이 큰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옛날의 기억은 점차 가물가물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글로, 혹은 영상으로 기억을 보강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옛일을 말해주는 분들이 많지 않은데다가 그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김작가님의 <먹이사슬>은 576세대에게는 옛 추억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옛일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작가님. 앞으로도 더 많은 기록을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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