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지난달에 아내와 함께 발칸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넣어가지고 갔던 책입니다. 사실은 지난해 봄 아내와 함께 해외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해외여행을 혼자서 다녔습니다. 모든 해외여행은 공무였고,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없었습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혼자서 여행하는 이유>의 저자는 무엇을 말하려 했는가 궁금해졌던 것 같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여행짐에 넣어가지고 갈만한 책은 아니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의 여행칼럼니스트이며 셀프심리코칭 전문가라고 합니다. 두 분야에서 최고라고는 합니다만, 이런 류의 소개는 믿거나 말거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여행을 빙자한 심리적 조언을 담은 책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독자의 심리상태에 따라서는 큰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는 ‘우리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효과적으로 자아 탐구의 과정을 진행하려면 혼자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방점은 ‘혼자서’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혼자서에 방점을 둔다면 굳이 여행을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짬, 즉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여행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행을 하려면 신경을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집을 나서면서 현관문을 닫고 자물쇠에 열쇠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이 여행이 실제로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한 프랑스 철학자 미셀 옹프레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이르는 동안에 수많은 상황들 그리고 사람들과 부딪혀야 한다면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그런 상황으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려면 살고 있는 공간에서 세상과의 접촉을 끊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결국 저자가 내세운 자아탐구라는 거창한 화두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여행이 주는 새로운 자극이 바로 여행을 갈망하는 큰 이유임을 토로하고 있고, 여행을 통하여 얻는 경험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여행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방법 등등 여행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안전한 여행이었습니다. 흔히 잊어버리기 쉬운 것들인데 모두 아홉 가지의 체크리스트가 가장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 특히 저자처럼 여성인 경우에 반드시 새겨둘만한 것들입니다. 1. 안전한 지역인지 확인한다, 2. 중요한 서류는 복사해서 따로 보관한다, 3. 귀중품은 호텔 금고를 활용한다, 4.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들을 경계한다, 5. 술을 마시다가 만난 사람과 술자리를 이어가지 않는다, 6. 강도를 만나면 물건을 아끼지 말라, 7.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목적지를 분명하게 밝히라, 8. 관광객 티를 내지 마라, 9. 자신의 여행일정을 지인과 공유하라, 등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혼자 하는 여행에서 얻은 바를 늘어놓고 있습니다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7년간 250회 이상 비행기를 타고 1000번 이상 낯선 도시에서 밤을 보내고,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냈다’는 카피를 읽다보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7년이면 364주이고, 2,555일입니다. 거의 격주로 비행기를 타고 집을 떠나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인데, 여행이라는 것이 그냥 훌쩍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바쁘게 보낸 시간들 속에서 과연 자아를 찾을 수 있었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요?

 

출퇴근하는 지하철이 사람들로 넘쳐나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오롯이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간을 이용해도 스스로의 문제를 진단하고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칼럼을 쓰기 위한 여행이라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무언가를 찾아내기 위하여 집중하게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나, 누군가와 같이 하는 여행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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