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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발견 1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10
스텐 나돌니 지음, 장혜경 옮김 / 들녘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저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만, 어떤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순발력이 좋다고도 하는 이런 분들은 대체적으로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느린 사람이 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 경향과 맞물리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분들이 때로는 커다란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사안을 빠르게 파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점을 놓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것이 꼭 옳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느림의 발견>은 바로 느림의 장점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교사를 지낸 바 있는 독일 작가 스텐 나돌니가 쓴 <느림의 발견>은 영국의 탐험가 존 프랭클린 해군소장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1786년 영국 링컨셔 스필즈비에서 태어난 프랭클린소장은 어려서부터 행동이 굼떠서 왕따를 당하던 소년이었습니다. 이런 그의 진면목을 알아본 사람은 옴선생님과 동네에서 배를 타는 선원 매슈 뿐이었습니다. 매슈는 그에게 해군사관생도가 되라고 권유합니다. 배를 타기 위하여 가출했다가 잡혀온 존은 결국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반응이 느린 대신 관찰력과 끈기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살려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14세때 영국 해군에 들어가 매슈 플린더스가 이끈 오스트레일리아 탐험에 참여하고, 트라팔가해전, 뉴올리언스 전투에도 참정하였습니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 탐험에서는 선장 매슈로부터 위기상황에서 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주변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존은 이런 자질을 타고났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숲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을 때, 존 혼자서만 태양의 위치, 바닥의 높낮이 등 느린 화를 관찰하고 돌아가는 길을 이야기했지만 모두들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존의 이런 자질은 전투 중에 빛났습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를 무시하고 여유 있게 행동했기에 다른 사람들이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 존은 바람 없는 밤하늘에서 달의 움직임과 구름의 변화를 음미했다. (…) 호흡이 깊어졌다. 자신을 한 조각 바다라고 생각했다.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자신보다 더 느리게 움직이는 영상들.(89쪽)” 전투 중에 저격병과 마주한 순간에도 확실하게 맞출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습니다. 기다림은 존의 특기였기 때문입니다.
2부에서는 북극을 경유해서 신대륙으로 가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함 탐험에 여러 차례 나서는 모습과 호주의 태즈매니아섬의 총독으로 근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북서항로의 첫 탐험에서는 현지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가 그의 성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부 대원들의 튀는 행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탐헝에 실패하였지만 대원의 상당수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고, 존은 탐형과정을 출판하여 유명해지게 됩니다. 기사작위를 받게 된 존은 태즈매니아섬의 총독으로 부임하게 됩니다. 선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신념에 따라 총독으로서의 임무를 다했던 그는 전임 총독과 유착하여 주민을 착취하던 사람들의 심한 저항을 받으면서 결국은 총독의 임기를 다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더 있었습니다. 북서항로의 개척은 사람으로서의 소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항해에 필요한 정보, 예를 들면 기상상황, 식량조달문제, 지형 등 모든 상황들은 현지에 가서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탐험이라는 것이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탐험대원들의 안전한 귀환이었는지도 모릅니다. 1845년 138명의 장교와 선원을 이끌고 북서항로를 찾기 위한 탐험에 나선 탐험대의 생사는 두 번째 아내의 집념에 따라 구성된 수색대가 랭커스터섬 남서쪽 킹윌리엄섬에서 선원들의 유해와 1848년 4월 25일까지 기록된 탐험이록이 발견된 1859년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느림의 발견>을 읽고 나면 느림이 가지는 힘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느림과 빠름이 어떤 때 유용한 지에 대하여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