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길을 걷다 - 펜 끝 타고 떠난 해피로드 산티아고
김수연 지음 / 큰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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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잘 다니던 직장을 걷어치우고 해외여행에 나서는 것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은 다양한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제일 큰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정은길님은 <나는 더 이상 여행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http://blog.joins.com/yang412/13743679>라고 단호하게 결심을 하였던 모양입니다. 제 경우는 장기간 해외를 돌면서 구경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가능한 여유를 모아서 여행을 다니는 쪽으로 선택을 하였습니다. 다만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만큼은 언젠가는 꼭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 달 이상의 여유를 낼 수 없는 형편이라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김수연님의 <마음 [길을] 걷다>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걷는 느낌으로 읽은 책입니다. 제 경우는 특별하게 종교적인 이유가 있거나, 혹은 마음을 다스려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걷는 것이 좋아서... 걷기에 좋은 길이라고 해서 걸어보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김수연님은 마음에 쌓여가는 무언가로 인하여 불편해진 마음을 다스려볼 요량으로 떠났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분들은 대부분 혼자만의 생각을 다듬기 위한 순례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와 말을 붙이고 정서적으로 교감을 즐기는 일반적인 여행과는 색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즉, <마음 [길을] 걷다>의 저자는 색다른 방식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시선을 스스로의 내면으로 향하기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또 누군가를 찾아서 주변을 살피는 모습입니다. 산티아고로 향하는 사람들이 워낙이 많아지다 보니 다양한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얻은 느낌을 사진을 곁들여 적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고,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경우도 특이했습니다.(정진홍,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http://blog.joins.com/yang412/13050186), 그런데 김수연님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만난 사람이나 건물 등을 펜으로 그린 그림을 곁들인 점이 특이하였습니다.

 

예전에 일을 쉬는 기간 동안에 매일 하루에 20킬로미터 씩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대체로 5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루 20~25킬로미터씩 꾸준하게 걸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800킬로미터에다가 대서양을 만나는 피니스테라까지 다녀오려면 92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주파하려면 매일 꾸준하게 걸어서 40여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게 됩니다. 우선 건강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마음 [길을] 걷다>에서도 잠깐 언급이 되었습니다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숨을 거두는 여행자도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이 고위험군이 된다고 합니다.

 

숙소나 식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것은 아닙니다만, 여정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특히 만남에 무게를 두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서는 사람들은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게 된다고 합니다. 동행이라면 같이 가는 사람의 사정을 감안하여 일정을 맞추어야 하겠지만,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과 일정을 맞추어 동행하다시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어떻거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지금 삶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고 하니 여행을 통하여 스스로를 성찰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잡게 되신 것 같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저자는 그리고도 두 개의 다른 카미노 길을 더 걸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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