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름살 수술 대신 터키로 여행간다
수잔 스왈츠 지음, 이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낚였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경우입니다. 터키여행에 대한 조언을 담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고른 책이었는데, 터키에 관한 이야기는 한 줄도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아하게 늙어가기’라는 또 다른 관심주제에 관한 내용이어서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터키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딱 한 줄입니다. “담당의사가 (성형) 수술하기 전에 심전도검사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검사결과가 부정맥과 심장판막에 이상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어요. (…) 심전도 검사결과로는 성형수술을 하게 되면 죽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거였으니까요. (…) 주름수술할 돈으로 터키와 그리스로 여행을 다녀왔어요.(96-97쪽)” 저자는 주름수술할 돈이 있어서 터키여행을 했지만, 저는 주름살을 수술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터키여행을 다녀올 돈을 따로 마련해야만 하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저자는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 ‘빌어먹을. 벌써 쉰이네.’하는 생각이 들 때 집어 들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폐경기에 접어든 장년의 여성들에게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나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면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 다음 단계의 자신까지 속이는 것이다.(8쪽)“라고 조언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여성들 역시 나이 먹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나이 드는 것에 대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서문이 아니더라도 저자는 이 주제를 다루기 위하여 무수히 많은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 결과들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나이듦을 정의하고, 청춘과 중년은 단지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이겨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인터뷰한 사람들의 의견을 너무 많이 인용하다보니 저자의 견해가 무엇인지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머리염색에 관한 내용을 잠시 보면, 30대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던 여성은 일찍부터 염색을 해서 흰머리를 가렸는데, 50이 되면서 흰머리를 그대로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20대부터 새치가 많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염색을 하면 젊어 보일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는 있지만 생긴대로 살겠다는 생각 때문에 염색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은 없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미국여성들이지만 요즈음의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들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열정의 불을 지피자’라는 주제에서 보면 중장년 여성들이 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특히 폐경기에 접어들면 임신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는 한편 성욕도 그런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반면에 남성들의 상대적으로 성기능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괴리가 생길 수도 있어서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의 진심을 터놓고 의논을 하면 의외로 좋은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역시 <인생학교 섹스>에서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문제는 의외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보았습니다.

 

요즈음의 화두는 성형수술을 받거나 보톡스를 찾는 등 들어가는 나이를 거슬러 보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런 대세와는 달리 나이듦을 인정하고 나이듦에 따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 인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수많은 중장년 여성들을 만나서 얻은 결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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