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종교와 문화 중남미지역원 학술총서 19
박종욱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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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남미를 돌아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해서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듯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중남미에 관한 다양한 것들을 공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중남미지역원에서 학술총서의 일환으로 내놓은 박종욱교수의 <라틴아메리카의 종교와 문화> 역시 그런 목적으로 읽었습니다. 종교부문은 제가 제일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만, 중남미국가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탓에 가톨릭을 주로 믿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제국의 침략이 있기 전까지 오랫동안 이곳에 터를 잡고 살던 선주민들이 믿던 신과 종교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라틴아메리카의 종교와 문화>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던 분야인 이 지역의 종교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는 하나의 시선은 그들의 종교문화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라는 믿음으로 기획되었다고 했습니다. 즉,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종교문화적 인식태도와 유형을 이해할 수 있다면, 보다 본질적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핵심적 소통경로를 찾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한국사람을 이해하려면 단군신화와 그 속에 녹아있는 천지인 사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요약한 것처럼, 이 책은 크게 네 갈래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을 통해 이문화(異文化) 혹은 타문화(他文化)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두 번째는 라틴아메리카의 고유의 종교문화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니까 토착신앙을 다룬 셈입니다. 세 번째는 유럽제국의 침략에 따른 가톨릭의 복음화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톨릭이 식민지배의 사회문화적으로 미친 영향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현대의 일상문화에서 드러나는 라틴아메리카 사람듥의 종교행위와 의례들을 기술합니다.

 

라틴아메리카지역에 살아온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신앙을 역사적으로 구분해보면, 우선 고대문명에 해당하는 마야와 아즈텍 그리고 잉카문명을 관통해온 토속신앙이 있을 것입니다. 천지창조에 대한 신화가 있을 것이고, 그 신화가 종교로 분화되어 정치와 일정한 관계를 맺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럽제국의 침략에 따른 식민지배 시기에 복음을 전달한다는 목적으로 들여온 가톨릭과, 침략과정에서 벌어진 학살과 침략자를 따라 들어온 전염병의 만연으로 줄어든 인력을 대체하기 위하여 아프리카로부터 끌어온 흑인 노예들이 들여온 아프리카 토속신앙인 요루바 신앙이 상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가톨릭이 복음을 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던 토착신앙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없애야 할 나쁜 전통으로 간주하는 우를 범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전통제의에서 희생자를 바치는 인신공양의례는 가톨릭의 시각에서 보면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15세 미만의 초경을 치르지 않은 소녀를 희생양으로 하는 인신공양을 통하여 사회가 간절하게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집단의례는 나름대로의 윤리와 이해가 있었을 것입니다. 즉, 집단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로서 구성원들 사이에 양해가 이루어진 긍정적 역할이 있었을 것입니다.

 

남미의 선주민들이 믿은 창조신화는 대체적으로 그들의 주업이던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들의 이름이나 신들이 인간과 동화되는 과정이 우리네의 그것과는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어 개념을 정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이해는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쿠바에서 볼 수 있는 아프로-아메리카의 혼합된 형태의 종교문화인 산테리아, 멕시코에서 보는 죽은자들의 날과 조상숭배의례 등 오늘날의 라틴아메리카에서 볼 수 있는 변형된 종교의례들이 생소하지만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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