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독해져라 - 현실에 흔들리는 남녀관계를 위한 김진애 박사의 사랑 훈련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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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로 또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김진애박사가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을 냈다고 하여 놀랐습니다.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공부와 건축에 관한 책을 주로 내온 분이 사랑을 이야기한다 해서 조금은 쌩뚱 맞아 보였다고 할까요? “‘사랑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하니까 반응이 묘했다”라고 서문을 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은 저만의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저야 매스컴을 통하여 얻어 듣는 수준이라서 사정은 잘 모릅니다만, 김진애박사를 싱글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나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결혼을 하셨고, 금슬도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관한 저자의 철학은 우리네 전통과는 달리 쿨한 듯합니다. 그래서 사랑도 현실의 범위에서... 즉 ‘생지옥 같은 괴로움 속에서 살지는 말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 생지옥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생지옥에서 살지 말고, 사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생지옥에서 살지도 말고, 겁이 나서 사랑을 피하는 생지옥에서 살지도 말고, 사랑이 끝날까 봐 두려워하는 생지옥에서 살지도 말자. 알면서도 생지옥에 빠지지 말고, 생지옥인지도 모른 채 남아 있지 말고, 헤어 나올 방법을 알면서도 빠져나올 용기가 없어서 생지옥에 남아 있지도 말자.(10쪽)” 그리고 보면 생지옥의 종류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사랑에 독해져라>라고 주문하면서도 자신만의 사랑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 여정을 여섯 단계로 구분하였는데, 첫째 장에서는 사랑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가늠해보고, 두째 장에서는 ‘이 사람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져보라고 합니다. 셋째 장에서는 ‘헤어지는 법’에 대한 공감을 다루는데, 헤어짐도 사랑의 한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넷째 장에서는 진흙탕 같은 현실 속에서 남녀관계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여덟 가지 훈련방식을 설명합니다. 이쯤 되면 관전 포인트가 달라지는 데, 쿨한 듯 하면서도 전투적 사랑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섯째 장에서는 ‘남녀관계가 흔들릴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째 장에서는 ‘사랑의 로망’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소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를 읽으면서였다고 합니다. 아내의 죽음을 붙들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절절하게 묘사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진정 사랑한다면 사랑을 내려놓을 수도 있어야 한다’는 한줄 평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갑자기 아내를 잃은 중년 남자의 텅 비어가는 내면이 참 아름답다고 보았다고 하니, 같은 책을 읽고 얻는 느낌이 사람마다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의 구조를 뜯어보면 요약을 잘하는 범생이 다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2장에서 내 짝을 변별하기 위하여 관계의 바닥선을 판단하기 위하여, 섹스, 스킨십, 돈, 살림, 말, 지혜, 시간 그리고 공간 등 8가지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남녀관계도 꾸준한 훈련을 통하여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역시 여덟 가지의 훈련법을 제시합니다. 훈련 방법의 제목이 길어서 일일이 예를 들기가 조금 뭐해서 하나만 예를 들면, 시사와 드라마에 일가견을 가지라는 주문입니다. 저도 드라마를 즐겨 봅니다만, 책에서 드라마를 인용하는 것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읽는 이의 이해를 돕는데 있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저자께서 드라마, 영화, 소설 등 장르 구분 없이 광범위하게 관련 자료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바쁘신 분께서 참 다양한 분야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용자료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에 읽었던 소설의 한 장면에 대한 해석입니다. “어스름한 석양 무렵에 집집마다 따뜻한 불이 켜지며 저녁 식사가 시작되는 시간에 남의 집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밝은 빛 속에 펼쳐지는 단란한 가족의 장면을 한 남자가 바라보면서 부러워하는 감정과 회피하려는 감정을 동시에 오가는 장면이었다.(117쪽)” 오래 전 기억이 분명치 않아서 인 듯 합니다만, 장면의 설명으로 추론해 보건데 알프레드 테니슨의 작품 <이노크 아든>의 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를 타고 나갔다고 조난된 선원이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에 돌아왔지만, 남편이 죽은 줄 알았던 아내는 재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그 모습을 바라본 남편은 아내의 행복을 위해 돌아선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떻든 저자가 멜로보다는 로코를 좋아하는 편이라는 점이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생각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독하게 사랑하라는 제목은 더 근사하게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반어적으로 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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