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1
장궁야오 지음, 박혜은 옮김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본고장 중국에서 전통의학을 국가보건체계에서 제외시켜 민간의학으로 되돌려 보래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장궁야오교수의 이론을 담은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I)>를 읽게 되었습니다. 장교수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도 전통의학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19세기 말부터 있어 왔지만, 국공내전의 틈바구니에서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대거 대만으로 탈출하면서 의료체계에 공백이 생기는 바람에 시골 구석까지 의사를 배치할 수 없었던 중국 정부가 전통의학을 의료체계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2005년 봄에 중국을 방문하여 중의학의 현황을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만, 중의학은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중국 내부에서 전통의학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운동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하여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전통의학을 보건의료 체계 안에 두고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같은 목표를 가진 장교수 등과 연결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I)>는 과학기술철학과 과학사상사를 전공한 장궁야오교수가 중의학의 이론들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고, 2005년 우한에서 개최된 전국과학기술 및 문화학술 토론회에 「고별한의한약」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되어 논쟁이 일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다양한 기회에 작성한 글들을 묶어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I)>로 편찬하기에 이른 것이라 합니다. 중국에서 중의학 퇴출을 거론한 것은 공자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1879년 유월선생이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I)>를 발표한 것이 최근의 일이고, 서구문물이 쏟아져 들어올 무렵 여운수와 노신, 쑨원, 호적, 양계초, 등 다수의 과학자들이 전통의학의 폐기를 강력하게 촉구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미상의 <황제내경>은 물론 중의학의 비조로 알려진 장중경의 <상한론> 등이 대부분 위작이라고 주장합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통의학이 인도나 이집트, 페르시아 등의 의학과 비교하더라도 체계가 잡히지 않은 채로 이어져왔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몇 가지 이유에서 전통의학을 폐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첫째는 문화진보라는 명분으로, 단순히 전통적으로 지켜온 것이기에 이를 현대화하여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과학의 명분으로 볼 때도 전통의학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통의학의 원리가 명백하고 믿을만한 원리관계 혹은 인과관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 옹호를 명분으로 하는 퇴출이유는 더욱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전통의학의 약재가 희귀동물이거나 식물이기 때문에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도주의의 명분으로 보았을 때 전통의학은 환자중심의 사고가 결여되어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이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전통의학은 전혀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본 바탕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 세웠다는 틀에서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통의학에서는 진단에서부터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입니다. 진단만하더라도 의사에 따라서 진단이 다르고 치료 역시 다르기 때문에 병증을 통합하여 기준을 정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특별한 치험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를 일반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바가 없는 것도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한기선생과 같은 이는 “음양오행 등 방술에 한의학이 부회했기 때문에 한의학은 천한 기예로 전락했다(236쪽)”라고 바판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주도하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허준의 <동의보감>은 허준의 원작물이 아니라 <황제내경>, <상한론> 등 중국의 고대한의서의 내용을 편집한데 불과한 위서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보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현대의학과 비교한다면 <동의보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처럼 전통의학 역시 역사의 유물로 보관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편을 통하여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의학을 보건의료체계 안에 두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저자의 주장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점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