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베트남 사람들
부씬 투이 지음, 배양수 옮김 / 대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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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다녀온 하롱베이, 앙코르와트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롱베이와 하노이를 잇는 짧은 여행이라서 베트남의 속살까지 들여다 본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베트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을 두루 찾아서 읽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와 있는 책들이 대부분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것들이 많고 베트남의 진면목을 소개하는 책들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의 저자 부썬투이씨는 연구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머무는 동안에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뒤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이 늘고 있음에도 베트남의 진면목을 소개하는 책자가 없음을 발견하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얻기 힘든 베트남에 관한 정보를 일정 부분 채워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자가 요약한 이 책의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베트남의 자연, 사람, 사회, 문화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고 2,3장에서는 가정과 사회생활에서 볼 수 있는 베트남인의 풍속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4장에서는 베트남인의 대표적인 성격을, 5장에서는 베트남인의 열 가지 관습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베트남에서 사업을 원하는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안내 자료를 제공하였습니다.”

 

저자는 베트남의 자연과 문화, 역사 등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곳에 자리잡 은 이후로 끝없이 외침이 이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적개심을 표명하기 보다는 그들이 베트남 사회와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실제로 베트남에 있던 한국군이 가장 잔인했다. 한국군이 지나갔던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지굼도 학살 광경을 회상할 때 전율한다. 베트남 참전 이후에 한국군은 베트남 여성과의 사이에 수천 명의 혼혈아를 남겨 놓았는데, 그중 일부 모자는 한국에서 남편 및 아버지와 재회했다. 베트남인은 적개심을 갖기보다 화합을 좋아한다. 아마도 오늘날에는 한국에 대해 한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 혹은 베트남 주민을 학살한 한국군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45쪽)”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맺는 과정에서 베트남전쟁 중에 한국군의 잘 못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전투 중에 벌어진 상황에 대하여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그래도 정부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베트남의 자연환경은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도록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부락단위로 구성되는 공동체에 의지하는 경향이 커서 법도를 따지기에 앞서 예를 중시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넉넉하고, 재치있고 사려깊은 것은 이러한 환경적, 문화적 요인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베트남 사람들의 의식주에 관한 생각들이나, 관혼상제와 같은 기본적인 삶에 관하여 사진을 곁들여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어 베트남사람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마침 제가 상을 치루고 있는 중이라서인지 상례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베트남에 갔을 때, 막 모내기를 하고 있는 논에서 무덤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와는 분명 다른 장례문화가 있나보다 싶었습니다. 저자는 베트남의 장례문화에 영향을 미친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중국 등의 장례문화도 소개하면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전통장례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어떻게 접대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였던 것 같습니다. 가난한 경우에는 마을에서 빚을 얻어서라도 대접을 해야 했다고 하니 상을 당하게 되면 장례를 치를 걱정이 앞섰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외국인이 지켜야 할 예절이라고 제목을 정하였지만, 사실은 베트남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미리 알게 되면 실수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 차 방문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에도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켜야 하는 바를 잘 인식한다면 민간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

부썬투이 지음

배양수 옮김

272쪽

2002년 1월 31일

대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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