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안), 캄보디아
정의한 지음 / 나다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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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다양한 여행기를 읽게 되는데, 참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다니시는구나 싶습니다. <安, 캄보디아>도 독특한 여행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단지 추위가 싫어서 어디든 남쪽으로 가야해서 고른 캄보디아여행이라고 합니다. 이미 다녀온 앙코르와트를 제외한 지역을 한달에 걸쳐 돌아보고 한달 쯤 시엠립에서 살아볼 계획으로 떠났다고 하니, 참으로 부러운 여행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여행을 통하여 여행과 생활이 적절하게 이어져 해당국가에 대한 객관적인 복기와 애정의 여부를 어느 정도 가늠하고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뉴욕과 엘에이, 멕시코시티, 페루의 뜨루히요, 태국의 치앙마이,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그리고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들을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하여 글을 쓰고, 그렇게 쓴 글을 출판하기 위하여 1인 출판사까지 차렸다고 하니 참 치열하게 사는 분 같습니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70세가 되는 해에 집을 정리하고 세상을 떠돌며 생활하고 그 경험을 누군가와 나누는 마틴씨 부부의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에서도 읽을 수 있는데, 저자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 것이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엠립 부근에 있는 캄보디아 제2의 도시 바탐봉에서 여행을 시작한 저자는 뽀삿을 거쳐 프놈펜에 도착하고, 이어서 캄퐁탐-시하눅빌-스떵뜨렁-반룽, 라따나끼리-끄라체-샌모노롬, 몬둘끼리-트벵 민체이와 쁘레아 비히어까지 돌아보았다고 합니다. 겨우 시엠립에 다녀온 것이 전부인 저로서는 저자가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녔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자신이 돌아다닌 경로를 지도 한 장으로 요약하는 정도의 성의를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이런 불평입니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만, 무수하게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은 무슨 사연을 담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사진은 설명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책읽는 사람이 항상 저자와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활자의 배경에 담긴 이미지 역시 책읽기에 불편함을 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행을 마친 다음에 시엠립에서 한달 정도 살 예정이라고 했지만, 시엠립에서 캄보디아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느낀 점은 여기에 담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행하면서 스치듯 만난 사람들, 예를 들면 숙소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 혹은 가이드와 나누는 몇 마디로 그 사람들의 깊은 속사정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국은 밖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 옆자리에는 무척 어려 보이는 어린 엄마와 그녀의 역시 어린 아기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가족이 자리했다. 그들은 모두 얼굴이 어두웠고 심지어 참담했다. 분명컨대 그들의 얼굴은 고민이나 그 너머의 수준마저 넘은 얼굴이었다. 삶에 근본적으로 고단함이 배어 있는 사람들, 난 그들과 나의 삶에 필연적인 거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연민 같은 싸구려 감정만을 가져본다.(15쪽)” 물론 그 가족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겠지만, 한 가족의 인상으로 캄보디아 사람 전체를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일 수 있습니다. 곁들여진 많은 사진에 등장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표정은 구김없니 밝은 것을 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일정이 없이 현지사정에 맞추어 일정을 짜는 여유로운 여행은 분명 좋은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쫓기듯 혹은 스쳐 지나듯 보는 여행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무엇이 분명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다만 숙소를 비롯하여 먹는 것 교통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것 같습니다. 하나더... 저자는 앙코르와트 이전의 유적을 돌아보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하면서도 유적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있습니다. 애당초 문외한이기 때문에 역사적인 해석이나 미술적인 접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으로 가름하고 있는데, 여행지를 잇는 교통편이나 숙소에 대한 느낌이나 설명을 상세하게 늘어놓는 것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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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30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처럼 2015-07-01 14:37   좋아요 0 | URL
저도 지난 해 다녀왔는데, 이 책은 앙코르와트를 뺀 다른 지역을 돌아보셨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