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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신 - 이기찬 무역소설 ㅣ 손에 잡히는 무역 19
이기찬 지음 / 중앙경제평론사 / 2015년 6월
평점 :
지난 해 홍대리 시리즈로 나온 <중국 천재가 된 홍대리; http://blog.joins.com/yang412/13447503>를 아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다양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홍대리 시리즈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우리 종합상사맨의 활동상을 그려냈습니다. 한 분의 저자가 모든 시리즈를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맞는 분야의 전문가가 경험을 살려 집필을 하기 때문에 전문성도 높이고 또 시리즈의 기획의도에 맞게 재미있게 읽2010년에 <무역천재가 된 홍대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작품을 수정 보완하여 새롭게 꾸민 <무역의 신>입니다.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새롭게 읽히는 맛이 있었습니다.
물론 무역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 소설로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역 업무를 맡게 된 직장인이라고 한다면 처음 대하게 되는 무역 업무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기에 충분한 읽을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전자산업계에서 선두를 달리던 미래전자는 샛별처럼 등장한 제이테크의 추격을 받게 되는데, 미국의 해리스전자와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숨통을 조여 오는 제이테크의 맹추격을 뿌리치기 위하여 해외진출이라는 맞불을 놓으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는 수출입업무의 경험이 전무한 홍대리에게 떨어지고, 일단 단독으로 해외무역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홍대리에게 구세주가 등장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니까요? 대학에서 짝사랑을 하던 나현주 때맞추어 등장해서 무역의 달인인 아버지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현주 아버지의 도움으로 무역실무를 배워가면서 수출을 모색하게 되는데, 무역업무를 하다보면 당할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등장하고 문제해결방법까지도 제시하게 되는 것은 무역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도 순풍에 돛단 듯 풀리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일석이조의 효과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1970년대 우리나라 제계에 전설이 되었던 율산실업의 등장과 퇴장에 관한 비사도 소개되어 있어 옛날 기억을 되살리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경쟁 상대가 있으면 엎치락뒤치락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미래전자와 제이테크는 미국의 해리스전자를 상대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되는데, 역시 미국회사와의 거래에서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상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관계를 통한 거래가 결국은 승리한다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대단한 수가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역시 정공법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셈입니다.
무역의 실무에 관한 스토리만 늘어놓아도 재미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랑 이야기가 들어가야 아무래도 읽는 재미가 더하기 마련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대학시절 현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허준표사장이 결국은 대진실업의 박성진회장의 딸과 결혼하면서 현주를 버렸던 것인데, 홍대리가 무역업무를 통하여 현주를 대신해서 빚을 갚아준 셈이 되나요? 그러니까 홍대리-현주-허대표가 대학시절 각축을 벌였던 1라운드의 승부는 허대표로 기울었다면, 세월이 흐른 뒤에 무역전쟁에서는 홍대리가 허대표에게 패배를 안기고 현주와 새로운 관계를 암시하는 부수적 성과까지도 챙긴 셈이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는 셈입니다. 박성진회장 역시 근무하던 회사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자금을 빼내어 회사를 대진실업을 설립했다는 비사까지 들어나기는 하지만 그와 같은 과거에 대한 벌을 어떻게 받았는가 하는 데까지는 확대하지 않는 묘수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무역업무가 <무역의 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몇 줄의 조언으로 달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만, 일단은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 같은 것을 없애주는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역의 신
이기찬 지음
308쪽
2015년 6월 20일
중앙경제평론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