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친구들 2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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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읽었던 <영감한 친구들1; http://blog.joins.com/yang412/13660344>의 후편을 읽었습니다. 전편을 읽으면서 ‘아서와 조지는 언제부터 만나게 될까?’, 그리고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를 이어갔지만, 전편이 끝날 때까지, 심지어는 조지가 부당한 판결을 받아 형기를 마칠 때까지도 만남이 없었던 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실 <영감한 친구들2>는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의 마무리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영국의 사법체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새로운 시작과 마무리하고 할 수 있겠습니다.

 

3부의 첫 번째 이야기 ‘아서와 조지’에서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역시 조지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인한 것입니다. 형기는 마쳤지만, 요즘 개념으로 치면 복권이 되어야 사무변호사의 자격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조지가, 이미 셜록 홈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명성을 얻게 된 아서에게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쇄도하는 수많은 청탁편지를 흘려보내곤 하던 아서는 조지의 사연에 꽂히면서 만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아서는 조지가 무죄임을 직감하게 된 것입니다.

 

아서는 즉시 조지의 사건 전모를 밝히기 위하여 재조사에 들어가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 정황을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새로운 사실들이 들어나지만 조지의 사건을 다시 심리할 수는 없었던가 봅니다. 그 이유는 당시까지만 해도 영국의 사법제도는 단심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었고, 사건의 번복은 내무장관의 소관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지의 사건이 심리되는 과정에서 조지가 지독한 근시라는 사실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사건을 조사한 검찰 쪽에서 일부러 빠트렸을 수도 있었겠지만, 피고측이 유리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독한 근시가 한밤중에 동물을 훼손하는 사건을 저지른다는 것은 현대에 와서도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사실 아서가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인도출신인 조지의 가족에 대한 사법당국의 편향된 시각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인종적 편견이 사건과는 무관한 조지를 범인으로 몰아갔던 것입니다. 어떻든 조지는 내무장관의 사면을 얻어내는데 성공합니다만, 그러기까지는 아서의 적극적인 수사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언론플레이가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서는 조지의 동급생인 로이든 샤프가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를 체포하여 수사가 진행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진짜 범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지가 범인일 수 없는 제반 증거를 바탕으로 무죄를 밝혀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서경이 로이든 샤퍼가 범인임을 추론해가는 과정에 당시 조지를 범인으로 몰아가던 방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조지가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아서경은 편지를 시작점으로 삼아 로이든 샤프의 모든 행적을 추론해냈고, 편지들을 들어 샤프가 유죄라고 주장했다. 그들이 전에 조지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이었다.(199쪽)”

 

조지의 사건을 조사한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은 “결백하지만 유죄.”였다. 결백하지만 경찰이 합당한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방해했고, 스스로를 문제로 몰아넣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백하지만 징역을 살은 것은 부당하지 않고, 사과는 물론 보상금을 받을 자격은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도 비슷한 맥락의 선고가 내려지는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의 사법체계에서는 잘못된 유죄선고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무장관에게 청원서를 보내는 것뿐이라서 장관은 한해 수백 수천통의 청원서를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지의 사건을 계기로 항고법원을 설치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방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지의 사건이 마무리된 다음에 아서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으로 나오는 아서의 추모식에서 영매를 불러내는 심령행사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점은 사족 같기만 합니다.

 

역사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한 일종의 팩션소설로서 과거의 영국인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이해의 한계를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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