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의 모든 것
이우상 지음, 성학 그림 / 푸른역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 해 봄에 첫 해외여행지로 다녀온 곳이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였습니다. 하롱베이는 그렇다고 쳐도 말로 듣던 것을 직접 보게 된 앙코르와트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조금은 급하게 정한 여행이라서 준비 없어 떠난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녀와서도 앙코르와트에 관하여 참고할만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행사를 이용하는 단체여행은 여행에 필요한 절차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정해진 일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장소에 충분히 머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돌아볼 곳에 대하여 충분히 공부를 하고 가면 훨씬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이우상님의 <앙코르와트의 모든 것>은 앙코르와트에 관한 몇 안 되는 안내서 가운데 아주 좋은 책입니다. 여행사 상품으로 쫓기듯 한 번 가보고서 앙코르와트를 보았다고 하는 저와는 달리 무려 네 번이나 가서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챙겨 정리했으니 당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가까운 분들의 가족들이 뭉친 열다섯명의 대부대로 무려 보름간 돌아보았고, 두 번째는 이 책에 삽화를 그린 성학화백과 함께, 세 번째는 다시 최돈묵교수라는 분과 함께 그리고 네 번째는 드디어 혼자서 앙코르와트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읽다보면 여행지에서의 일화는 네 번의 여행이 뒤섞여 있습니다만. 그래도 방문한 유적에 대한 정보는 잘 요약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무려 네 차례의 여행을 통하여 앙코르와트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유적들을 찾아보고 정리했습니다만, 단체여행에서는 그렇게 다양한 유적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저자의 안내에 따라서 책으로 즐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엠립에 흩어져 있는 앙코르 유적을 앙코르 중심부(바욘, 앙코르 톰, 코끼리 테라스, 문둥이왕 테라스, 앙코르 와트, 프놈 바켕, 킬링필드 사원), 동부 앙코르(따 쁘롬, 쓰라 쓰랑, 반띠아이 끄데이, 쁘라사 끄라반, 톰 마논과 차우 싸이 때보다), 동 바라이 지역 및 그 너머(쁘레 럽, 반띠아이 쌈레, 차우 쓰레이 비볼, 프놈 복), 북부 앙코르(쁘리아 칸, 나악 뽀안, 따솜), 서 바라이 지역 및 그 너머(서쪽 호수와 서 메본, 프놈 끄롬, 똔레삽 호수), 룰루오스(롤레이, 바꽁), 북동부 앙코르(반띠아이 쓰레이, 끄발 스피언, 프놈 꿀렌), 앙코르 유적의 확장(벵 멜리아, 꼬 께이)로 대별하고, 마지막으로 앙코르여행의 뒷이야기에 해당하는 앙코르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앙코르와트를 찾는 분에게 많은 도움이 될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사색’이라는 제목으로 된 일종의 후기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무가치한 여행은 없다’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는 “인간과 우주를 이해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넉넉한 사색과 너그러움을 얻고자 하거든, 또 뿌듯한 긍지를 누리고자 하거든 앙코르로 가라. 멀지 않은 곳에 앙코르가 있다.(362쪽)”라고 적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법보신문사의 기획과 후원으로 쓰여져 연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부산에 있는 영광도서 회장께서 자료를 후원해주셨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앙리 무오의 <시암과 캄보디아 탐험>를 비롯하여 주달관의 <진랍풍토기>, 앙드레 말로의 <왕도위 길> 등 희귀한 자료의 상당부분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앙코르 유적을 발굴보존하는 작업을 통하여 밝혀진 사실은 물론 캄보디아의 역사를 적절하게 인용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배한 점도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저자처럼 네 번째 찾아가 꼼꼼하게 살펴본 다음에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면서도 앙코르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너스레를 떤다면서 낯 뜨겁다고 겸양의 말씀을 하셨는데, 여행사에서 내놓은 상품여행을 한 차례 다녀온 것을 늘어놓으려는 저는 무어라 변명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여행사 상품으로 떠나는 분들을 위해서는 조금은 압축된 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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