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살람, 마그레브! -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4개국을 가다
이철영 지음 / 심산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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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문명의 태동을 이룬 현대사의 주역이라고 생각한 유럽을 주로 여행하던 저자가 눈길을 돌린 곳이 북아프리카라고 했습니다. 서계역사의 변방으로 알았던 북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면서 저자는 이곳에 로마의 유적이 그렇게 거대하게, 또 광대하게 존재할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들이 오스만투르크라는 이슬람제국과 가톨릭을 앞세운 유럽 열강의 식민지였음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주변부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역시 불쌍한 인생이라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북아프리카의 역사를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로마가 지중해를 지배하기 이전에 북아프리카는 소아시아에서 건너온 페니키아 사람들이 정착하여 카르타고를 건설하였고, 카르타고가 로마에 멸망한 다음에도 다시 소아시아에서 건너온 아랍사람들이 이곳을 거쳐 이베리아반도까지 지배하는 거대한 이슬람왕국을 건설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 북아프리카의 원래 주인인 베르베르족이 세운 알모라비데왕국과 알모아데왕국이 이베리아반도까지 지배한 적이 있습니다. 이슬람제국은 중세유럽이 그리스에서 발아한 문명을 어둠에 묻어두었을 때, 이를 소중하게 이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해석까지 더하여 유럽이 르네상스를 열 수 있도록 기여하였으니, 인류사에서 중세 이슬람의 역할은 분명 제대로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세 유럽 제국주의의 침탈을 받은 것으로 이 지역을 과소평가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자는 2007년에 튀니지에서 시작하여 리비아, 알제리를 거쳐 모로코까지 여행하면서 마그레브 지역을 여행하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그레브란 “해가 지는 지역” 또는 “서쪽”이라는 의미를 담은 아랍어로 오늘날의 북아프리카 지역, 즉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아우르는 지역을 말하며, 역사적으로 이슬람이 지배한 이베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몰타를 포괄하여 지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자가 리비아를 포함하여 마그레브라고 적은 것은 1989년에 출범한 북아프리카 5개국(알제리, 리비아, 모로코, 튀니지, 모리타니)의 지역협력체, 아랍 마그레브 연합과 혼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의 여행담을 읽다보면 모로코를 제외한 세 나라는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관광인프라가 열악하여 배낭여행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언어의 소통 문제는 기본적으로 어렵고, 숙소나 교통편을 미리 예약하는 일도 수월치 않은데다가 주로 이용하게 되는 택시비용 역시 눈치껏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니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자료도 빈약해서 저자의 경우는 론리플래닛을 토대로 여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을 많이 여행한 탓인지 저자는 로마문명에 대하여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역에 산재해있는 로마의 유적을 보면서 “로마가 더 대단해 보이고, 문명사의 모든 분야에서 모범이 될 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이렇게 많은 감동과 영향을 주는 제국은 흔치 않다(37쪽)”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카르타고와의 전쟁이 끝난 다음에 이들이 존재하지 못할 정도로 파괴한 로마에 대해서는 로마를 파괴한 반달족을 비난하는 반달리즘은 있으면서 로마이즘이란 말은 없는가 묻는 것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어렵게 찾아갔다는 리비아의 로마유적지 렙티스마그나는 최근에 읽은 제프 다이어의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에서도 어렵게 찾아가 감동을 적고 있는 것을 읽으면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인데, 많은 사진을 곁들인 상세한 설명을 새겨두게 됩니다.

 

아무래도 젊은 탓인지 현지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말을 엮어가는 모습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특히 여성들과 작업(?)을 쉽게 거는 능력자라는 것을 과시하는 듯해서 불편한 느낌이 남는 것은 공연한 투정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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