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친구들 1
줄리언 반스 지음, 한유주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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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오류가 의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알게 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http://blog.joins.com/yang412/12623266>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죽음을 붙들고 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절절하게 묘사한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http://blog.joins.com/yang412/13423768>로 친숙해진 줄리언 반스의 신작 <용감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2005년 맨부커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였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셜록 홈스의 창시자인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영국 사법 시스템에 상고법원을 만들도록 한 조지 에들지라는 두 실존인물의 삶을 통하여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사회의 정치와 종교, 사법체계, 인종의 문제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야기 가운데 이야기의 시작에 해당하는 부분을 다룬 1권의 초반인 ‘시작들’이라는 작은 제목을 단 1장은 아서와 조지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다소 지루하게 전개되지만, 이 또한 당시 영국가정의 자녀교육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서는 에든버러의 남루하지만 고상한 가정, 조지는 스태퍼드셔 촌구석의 목사관이라는 판이한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하여 상상력을 키웠던 아서는 의학을 공부하지만 결국은 셜록 홈즈라는 인물을 창조하면서 유명한 소설가가 됩니다. 반면 인도계 혈통을 가진 조지는 엄격한 아버지의 영향 아래 순종적으로 살면서 사무변호사가 됩니다. 1장에서는 조지의 삶을 결정적으로 꼬이게 만들 사건이 태동하게 됩니다. 여전히 결말을 읽지 않은 상태라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포스터라는 이름의 하녀가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해고되는 장면입니다. 이런 인물을 만나는 것 자체가 재앙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과의 만남도 운명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부는 조지의 삶이 꼬여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한편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아서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서와 조지의 이야기가 균형을 이루던 1부와는 달리 조지의 비중이 자연히 커지게 됩니다. 교직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두 사람이 결국은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커지게 됩니다. 아서 혹은 조지의 이름으로 전개되던 이야기가 147쪽에 이르러 ‘아서 &조지’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하면서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만, 두 사람과 전혀 무관한 인물이 등장하여 말을 훼손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서나 조지가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점은 한참 뒤에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만큼 반스는 치밀한 계산 아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은 1권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아서가 조지를 의식하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입니다. 아서가 받은 편지에 조지 에들지라는 이름이 적혀 있는 것입니다.

 

2부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의 핵심은 조지가 사는 목사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동물훼손 사건과 이를 수사하는 경찰이 조지가 범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양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범인이 조지를 타깃으로 벌인 탓도 있겠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인도계혈통인 조지가 이방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경찰에 의하여 범인으로 기소된 조지가 재판을 통하여 유죄로 판결 받고 감옥에 수감되는 과정을 보면 이러한 선입견이 경찰에만 국한된 것이 아나리 영국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결핵으로 투병하는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던 아서가 진이라는 젊은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아서의 아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아; http://blog.joins.com/yang412/13229364>를 즐겨 읽는다는 대목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서기 1441년에 토마스 아 켐피스 수도사에 의하여 쓰여진 책으로 영어권에서는 성서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혀 제 2의 복음서라 칭송받고 있다는 이 책이 등장하는 것도 저자의 장치인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1권에서는 동물훼손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조지가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상황으로 마무리가 되어 사건이 어디로 전개될지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끝이 났습니다. 2권을 읽고 리뷰를 적었어야 하겠지만, 2권에서는 또 다른 관점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일단 리뷰를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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