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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 동유럽 - 혼자라도 좋은 감성여행
윤정인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아무래도 동유럽은 여전히 생소하기만 합니다. 게다가 몇 년전에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오는 길이 쉽지 않았던 탓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퐁당, 동유럽>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가는 이미 해외여행의 경력이 7년에 접어든 베테랑 여행가로 나름대로의 여행에 관한 주관이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은 계획을 짜는 과정이 더 짜릿하고 재미있고, 실제 여행은 기획했던 것들을 돌아보면서 확인하고,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께서 동유럽을 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아무래도 익숙한 서유럽과 비교해보면 미지의 세계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발음조차도 어려워 순수함이 남아있을 것 같은 그런 곳들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그리스 등 8개국에 흩어져 있는 23곳을 지그재그로 잇는 여행일정을 짰다는 것인데, 지도에 그려진 여행경로가 너무 현란해서 전체 여행 일정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 대한 설명은 여행경로와는 무관하게 ‘하나, 나만의 도시 지도 만들기’, ‘둘, 낯선 도시에서, 모험’, ‘셋, 동유럽 속, 숨은 매력을 찾아서’, ‘넷, 숨기 좋은 도시에서 잠수 타기’ 라는 알 듯 모를 듯한 분류로 뒤섞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지 사이의 이동방식이 설명되기도 하고, 생략되기도 해서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는 정보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여행을 떠난 목적이 일상과 사람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다고 하면서도, 낯선 사람들에게 기꺼이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말씀이 쉽게 연결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무모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해외여행에서 바로 모든 면에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눈에 띄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혼자 여행하면서 교통편이나 숙소를 챙겨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점차 여행사를 통한 여행을 따라가는 것을 선호하게 되기는 했습니다만, 앞으로는 쫓기듯 찍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체류하면서 그들을 느끼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저자가 꼽은 독특한 여행지가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작가가 다녀온 23곳의 여행지 가운데 이름이라도 귀에 익은 곳은 10곳이고, 실제로 가보았던 곳은 1곳에 불과해서 <퐁당, 동유럽>에 담긴 작가의 느낌이나 정보가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삽입되어 있는 많은 사진들은 설명이 붙어 있기에 정보로서의 가치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행지마다 덧붙여 놓은 여행노트에는 그곳에 가는 방법, 그곳에서 꼭 해보면 좋은 것들이나 관련 정보를 잘 요약하고 있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사이트를 밝혀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예를 들면 오스트리아의 할슈타드에서는 평소에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데, 작가가 머무는 동안에는 비가 내리는 탓인지 한산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서울과 인천도 아니고 날씨가 나쁘다고 해서 예정된 여행지를 찾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 해외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역시 할슈타트에서 머물 때 찾았다는 다흐슈타인산에 오를 때는 날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복장이나 장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임에도 산에 오르겠다고 하는 작가를 그냥 올려 보낸 매표소 직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에 오른 작가의 무모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동유럽이 순수함이 남아 있다고 해도 외진 시간에 외진 장소를 찾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밖에는 통상적으로 볼 수 없는 특이한 여행지를 직접 방문해서 보고 느낀 점을 꼼꼼하고도 유려한 필치로 정리해냈고, 설명을 붙인 많은 사진을 곁들이고 있어 읽는 도중에 정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처음 접한 도시에 섞여서 낯선 사람 낯선 공기 안에 있으면, 나도 내가 모르는 낯선 누군가가 되는 것 같아 가슴이 설레었다.(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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