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 - 노래하는 여자의 여행 에세이
그네 지음 / 이담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 여행기를 또 읽었습니다. 가보고 싶지만, 아직은 많은 이유로 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읽은 인도여행기에는 치유를 목적으로 한 여행이었구나 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복잡해서 정리하려고, 혹은 마음에 남은 커다른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 인도로 떠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아직 인도를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셈인가요? 하긴 인도를 다녀온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인도로 떠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인도를 다녀와서 마음에 켜켜이 쌓인 무엇을 풀어내는 분들 가운데 그런 분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멋대로의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네와 끛’이라는 삼인조그룹의 보컬을 맡고 있는 박근혜씨의 인도 여행기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프롤로그가 가장 짧은 책 같습니다. “친구 딸 연화에게 물었다. ‘연화는 어디에서 왔어?’ ‘바다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 작가는 인도를 여행할 준비가 되어 있었구나!’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목차. 한 걸음, 용서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인도. 두 걸음, 가식이었을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세 걸음, 길 위의 사람들, 감사해요. 다시 한 걸음, 별이 반짝입니다, 그대처럼. 프롤로그에 이어 선문답이 심화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왜 ‘네 걸음’이 아니라 ‘다시 한 걸음’이 되었을까? 에필로그까지 읽어도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역시 저는 인도에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방콕에서 인도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며 만난 한국 여자애들은 분명 인도를 처음 가는 것 맞은데, 초행길이라고 하는 작가는 인도를 빠삭하게 아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델리공항 도착해서는 가이드를 자청하면서 따라붙는 인도 남자를 따돌리는 행동하며, 혼자서 기차역에 나가 밤샘을 하면서 기차를 기다리기까지... 인도에서 기차타기는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다는 소문이던데 말입니다. 릭샤 요금을 두고 능숙하게 펼치는 밀당신공까지....

 

여행 일정을 일기 쓰듯 꼼꼼히 적는 것도 그렇지만, 특별한 장소에서의 특별한 느낌을 압축한 글은 작가의 글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나타냅니다. 갠지스강변에서의 느낌 가운데 한 대목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아침. 시간이 힘을 잃어버린 듯 몸은 물속의 풀처럼 가벼이 흐느적거리고 마음이란 놈은 무언가를 버릴 준비 중이다. 무엇을 버릴 수 있을까. 대답없는 질문들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잔잔한 아침 바람에 실려.(43쪽)” 그리고 보니 그네들이 부른 ‘잃어버린 꿈을 만나다’의 노랫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읽어가다 보면 그녀가 무엇을 버리려 하는지 느낌은 오는데, 정작 그녀가 무엇을 버렸는지는 분명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바라나시까지 만나러 간 사랑하는 하비는 왜 혼자 하비에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것인가요? 그녀는 바라나시에만 머물지 않고 리시케시, 하리드와리, 암리차르, 푸쉬카르, 자이살메르 등등 끊임없이 이동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인도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도 망라하여 다양한 사람들과도 서스름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열린 마음을 가늠해보기도 합니다.

 

저자가 자이살메르에서 낙타를 타고 간 2박3일의 사막 사파리는 저도 꼭 해보고 싶은 여행 아이템입니다. “태어나 처음 맞는 밤. 모래를 침대 삼아, 별빛을 천장 삼아, 확대경으로 하늘을 눈앞에 당겨 놓은 듯, 별이 환하게 쏟아진다. 할 말을 잃고 그저 목이 멘 내 볼에, 또르르 눈물이 흐른다. 아니 별이 볼을 따라 미끄럼을 탄다. 별을 덮고 잠이 든다. 너무도 환상적인 미지의 세계에서.(165쪽)”

 

그리고 ‘다시 한 걸음’은 그녀가 마음에 둔 짐을 인도에 남겨두고 떠난다는 이야기가 맞겠지요? 선문답 같았던 프롤로그에 비하면 에필로그는 엄청난 분량의 단어들을 쏟아놓고 있는데, 오히려 저는 생각이 분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요? ‘길은 끝도 답도 보여주지 않지만 나는 걸어갈 것이다.’ 왜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