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 -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의 두려움 없는 공부
표창원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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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아무래도 학문의 현장을 떠나면 공부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표창원박사님의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는 과거형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범죄의 현장을 파고들어간다는 점에서는 한때 제가 했던 법의부검과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께서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라는 호칭을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그렇다면 프로파일러를 프로파일링하는 기분을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완독을 마친 다음에 든 첫 번째 느낌은, ‘저자께서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뒤돌아보셨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즉 자신이 걸어온 삶을 거짓 없이 솔직하게 적어 내려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자서전을 쓰게 되는 이유도 다양하겠습니다만, 보통은 하던 일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걸어온 길을 회고하기 위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 모든 일에서 물러나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특히 정치에 뜻을 두신 분들이 많이 하시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대개는 선거를 앞두고 붐을 이루기도 합니다. 출판기념회를 겸해서 자신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출판기념회에도 제약을 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살아온 삶의 전체를 요약해보면 참 부지런하고 도전적으로 살아오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앞을 가로막는 장애를 뚫기 위하여 자신을 내버리기도 하는 도전정신으로 충만해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와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경우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기가 많이 꺾여가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선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꽂히면 결과를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자는 최초이자 최고의 프로파일러하고 합니다. 경찰대학의 졸업하시고 4년쯤 뒤에 영국 엑시터대학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으셨다고 하는데, 책에서 설명하시는 내용으로 보아서는 학위논문이 프로파일링과 얼마나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링에 관한 과목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신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범죄수사와 관련된 보직을 얼마나 하셨는지도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돌아오셔서는 바로 경찰대학에 교수로 근무를 시작하셨으니 범죄현장을 지킨 현장경험보다는 교육과 연구분야에서 주로 활동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범죄자의 심리 역시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현장경험이 아주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주 전경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면서 중대장과 갈등을 빚는 과정을 보면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성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파장이 번져갈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충분히 다양하게 검토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항명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만, 당시에도 결국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지 않은 것은 중대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용기와 순수함을 좋지만, 너무 경솔하고 무분별한 태도는 고치라(229쪽)”는 충고와 함께 ‘당신이 미워서가 아니라, 부하이자 경찰후배로서 아끼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니 이해하라’는 말로 화해를 청했주셨다고 했는데, 저자께서 먼저 용서를 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당시 내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잘못을 혼자서 반성하고 후회하는 것은 결코 잘하는 일은 아닙니다. 나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를 본 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일을 반드시 해야 다음번에도 실수를 하지 않는 법이니까요.

 

경계와 불신의 대상이었던 정치와 엮이는 행보를 선택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은 자비로 하셨다고 했지만, 역시 휴직조치를 받으셨고, 석사과장은 국비로 마쳤을 뿐 아니라 범죄수사에서 뜨고 있는 프로파일링 분야의 최고 권위자께서 정치적 소신 때문에 맡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가셔야 할 후배양성의 길을 버린 것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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