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비의 사기꾼들 - 노벨상 수상자의 눈으로 본 사이비 과학
조르주 샤르파크 외 지음, 임호경 옮김 / 궁리 / 2002년 11월
평점 :
언젠가 타로점을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하는 일이 꼬인다 싶어 답답한 마음에 위로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점이라는 것이 마음의 위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언뜻 눈에 띄어 집어든 책입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눈으로 본 사이비 과학’이라는 부제가 눈에 띈 탓일 것입니다. 점성술과 마술, 텔레파시, 차력 등의 본질을 논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신비의 사기꾼들>이라는 제목은 너무 나갔다 싶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비판의 날을 세우는 분들을 회의론자라고 부릅니다. 우리들에게도 친숙한 마이클 셔머의 <과학의 변경지대; http://blog.joins.com/yang412/12502415>에서는 과학과 비과학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학문들을 논함으로서 과학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셔머는 이 책에서 창조론, 대학살 반대론, 원격 투시, 점성술, 바이블 코드, 외계인 납치, 빅풋, UFO,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 기억 회복 등을 비과학, 의사과학, 엉터리에 속하는 것들이라고 분류하였습니다. 그래도 사기꾼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삼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비의 사기꾼들>의 저자들인 조르주 샤르파크와 앙리 브로크는 직선적인 분들인가 봅니다. 저자들은 인류가 수백만년에 걸쳐 진화해 오면서 험난한 투쟁과 생존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지난한 노력을 기울여온 끝에 스스로 생각해보아도 대견한 오늘의 문명을 만들어냈다고 했습니다. 새로운 사회적 행동양식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사회구성원들은 나름대로 과학적 사고를 지니고, 그것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본능적 반감으로 과거에 집착하면서 미신, 점성술, 초자연현상, 교묘한 트릭에 이끌리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이 자신의 창조적 자질로 창출해낸 변화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사이비과학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점성술사나 마술사가 대중의 눈을 홀리는 방법을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우리는 흔히 누가 직접 보았다고 하면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런 경향 역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억의 과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상기하려 할 때, 일종의 구축작업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 구축 작업은 본질상 재구축 작업, 일종의 조작(꾸며내기)이기도 하다. 바로 이 때문에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 즉 모종의 신비적 현상에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로 작용하는’ 체험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이 증언을 매우 신중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47쪽)”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해서 달표면에 꽂아놓은 성조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바람이 없는 달에서 가능하지 않다면서 아폴로계획은 거대한 연극이라는 음모론이 허구라는 설명도 재미있습니다. 즉, 우주인들이 꽂은 성조기는 깃대에 직각으로 이어진 수평 가지에 성조기를 매달았는데, 깃대를 꽂을 때 힘차게 흔들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기저항이 없는 달표면의 특성상 성조기는 관성에 따라서 오랫동안 펄럭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점은 체르노빌 사고를 인용하면서도 그로 인한 방사선의 위험이 그때까지 원폭실험 등을 통하여 대기중으로 배출된 방사성물질보다 양이 많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방사선의 강도가 천연 방사선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 방사선을 무조건 위험하게 보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 근무하고 있는 CERN을 격렬하게 비난한 물리학자의 반핵주의에 기반한 주장을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 것도 적절치 않아 보였습니다. 물론 어떠한 인위적 방사선도 존재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완전히 중단해햐 한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옳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유전자변형작물을 지지하는 견해 역시 적절한가 의문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