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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젠 두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름대로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어서인지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입시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관심이 가는 책읽기였습니다. 사실 ‘공부가 유일한 재미였어요’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공부를 잘 해야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듣고 있을 것입니다만, 그 옛날에는 학교에서 수업 열심히 듣고 숙제를 빠트리지 않고 해가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놀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을 마루 귀퉁이에 던져 놓고 나가서는 해가 지도록 놀다 저녁 먹으라고 불러야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물론 저녁을 먹고 나면 졸다가 잠들기 일쑤였지요.
저는 그랬습니다만, 제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선행학습은 기본이고, 내신 때문에 체육 예능까지 과외를 해야 했으니 힘들었을 것입니다. 공부를 지겨워하던 아이에게 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여받았을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흔한 학원 하나 없는 시골마을에서 실컷 놀다보니 어느 날 갑가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밀려 있는 공부를 따라잡기 위하여 몰입하다 보니 공부가 재미있어지더라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의 저자도 있습니다. 서울대 법대, 연세대 경영대, 동신대 한의대에 모두 합격한 저자가 자신의 과거를 들어 공부가 지겨워진 청소년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에세이를 냈습니다. 아니 이 책은 자신이 공부에 마음을 두기 시작할 무렵, 그저 ‘너를 믿고 있겠다.’라고 하셨던 체육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겠습니다만,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합니다. 공부 역시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마음을 굳게 먹는 것이 제일 먼저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뒤에 나머지는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어디를 펼쳐보아도 ‘마음’을 먹는 일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마도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읽어서 도움을 얻기를 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내용들은 비교적 고학년이 되어야 이해가 될 법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선을 다했다는 말,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라는 말은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라는 조정래님의 장편소설 <태백산맥>의 한 구절을 인용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과연 저자는 공부를 해보려 마음을 먹었다는 중학생 시절에 이 책을 읽은 것일까요? 저자가 이 책을 준비하여 내놓기까지 8년 정도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현재 저자의 나이는 20대 후반을 지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요즈음 10대가 바라보는 것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만하더라도 10대도 이해하기 쉬운 흐름을 만들어가다가, 어느새 ‘공부는 나를 영혼이 강한 사람으로 단련시킨다’라는 제목처럼 공부를 해야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어른들의 상투적인 말을 꺼내놓고 있습니다. 즉,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예능계로 진출하는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 역시 공부를 잘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최선이겠지만, 그 길을 보다 풍성하게 하기 위하여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