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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인 척 호랑이
버드폴더 글.그림 / 놀 / 2015년 2월
평점 :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동화책으로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장성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결혼 전이라서 동화책을 읽고 들려줄 아동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동화책을 리뷰한 적이 없어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인기몰이를 했다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공감하는 무엇이 있겠다 싶어 트위터를 찾아보았습니다.
‘눈이 어두운 할머니가 주워온 고양이가 실은 호랑이인데, 할머니가 놀랄까봐 고양이인 척하는 이야기’로 시작 짧은 글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호랑이는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피노키오>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왜곡된 방송 때문에 고통을 받던 어머니가 작은 아들과 바다에 투신을 하지만, 그 아이는 바닷가로 밀려가서 마을 노인이 구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노인은 바다에서 실종된 큰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이라 생각하고, 구조된 아이도 그런 노인의 심정과 자신의 처지를 헤아려 노인의 큰 아들로 행세한다는 상황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호랑이는 왜 그랬을까? 호랑이는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인 상황에서 할머니 덕분에 목숨을 구했던 것을 잊지 않은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을 고양이로 생각하는 할머니를 놀래킬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점점 커지는 송곳니와 발톱을 숨기고 목소리도 작게, 그리고 채식을 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주위에서는 모두 호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직 할머니만 고양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착한 호랑이....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만 등장했더라면 당근 이야기거리가 될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호랑이인 척 하는 고양이가 나와줘야죠. 고양이의 사연은 무엇이었을까요? 얘는 고양이치고는 무늬가 진하고 덩치도 컸답니다. 그래서 자신이 호랑이라고 착각한 것이지요. 그래도 주변에서는 아무도 호랑이라고 믿어주지 않았답니다.
당연히 고양이인 척하는 호랑이와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가 만나야 되겠죠? 그래야 이야기가 되니까요. 만났습니다. 고양이가 무서운 친구들에게 위협을 받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점잖게 ‘어흥’하고 소리를 친 것입니다. 둘이는 서로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고양이에게 ‘맛있는 파이 만드는 법’을, 그리고 고양이는 호랑이에게 ‘물고기 여러 마리 한 번에 잡는 법’을 알려 준 것입니다. 둘이서 알콩달콘 살면 또 이야기가 안되는거 맞죠?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지요. 마을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서커스 주인이 들었습니다. 이야기가 될려고 고양이가 서커스단에 들어갔고, 호랑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고양이는 더 이상 호랑이인 척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서커스단을 떠나야 했습니다. 한편 고양이를 찾아나선 호랑이가 서커스단을 기웃거리다가 결국은 서커스단에 들어가게 된답니다. 하지만 공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불쇼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호랑이는 불을 무서워하거든요. 서커스공연장이 불더미에 휩싸이자 서커스단의 사람들은 제일 먼저 도망가고 동물들은 위기에 처합니다.
이때 호랑이인 척하는 고양이가 동물들을 구하게 됩니다. 어떻게 구했냐구요? 설명하기가 참 어렵네요. 아무래도 책을 읽어보셔야 할 것 같군요. 고양이와 호랑이는 할머니와 재미있게 지내다가 할머니가 그만 돌아가시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고양이와 호랑이는 서로를 도와가며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호랑이는 고양이인 척하고, 고양이는 호랑이인 척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누가 고양이고 누가 호랑이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고기잡이 삵(fishing cat)을 모델로 했다고 합니다. 멸종위기종인 야생 고양이로 수영이나 잠수가 능해서 주로 물고기를 사냥하는데, 생긴 것은 귀엽지만 성질은 난폭하다고 합니다. 여기 등장하는 호랑이와 고양이는 ‘척’하는 이유는 각각 다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어느 편이 옳은지를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을 보면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모습이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