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박웅현.TBWA 주니어보드와 망치.TBWA 0팀 지음 / 열린책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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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광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을 즐겨 본 적이 있습니다. 정작 광고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합니다만, 적어도 광고라는 작업이 참 힘든 작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에는 의료 역시 광고 혹은 홍보에 민감해지는 것 같아 격세지감이 들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의학에서도 창의력을 요구합니다만, 그 보다는 엄청난 자료를 바탕으로 수수께기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광고는 그야말로 창의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창의력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창의력이 꽃을 피우도록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는 창의력을 주제로 한 아주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광고회사 TBWA KOREA가 만든 프로젝트팀 TRWA 주니어보드는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광고제작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고 창의력을 키워나가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대표께서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개월 단위로 15명을 선발하고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는 이 팀에서 하고 있는 대중강연프로젝트 ‘망치’를 준비하여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한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21기 주니어보드 14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책은 ‘대학생들에게 들을만한 이야기가 있겠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자, 창의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창의성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창의력 실험에 대한 보고(25쪽)”라고 했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는 멘티에게는 개별적으로 멘토를 붙여 프로젝트가 제 방향으로 가도록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발표자들의 발표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 최종 발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중간 중간에는 상황별로 짚어야 할 내용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여 발표하는 기회가 아주 많은 편입니다만, 대부분 발표를 의뢰받을 때 주제가 정해지기 때문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내용을 맡게 됩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주제조차도 스스로 발굴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발표할 주제를 여럿 발굴해야 하고, 일단 틀을 만든 다음에 개요를 정리해보고 대중의 반응은 어떨지 추정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멘토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학생들이 모여서인지 읽어가면서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고흐가 화폭에 즐겨 담았던 사이프러스 나무가 죽음의 나무라 여겨 아무도 화제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외고에 다닌 어떤 친구는 “여러분, 바라던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얻으면, 그래서 좋은 배우자와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 다음에 뭐할 건데요(93쪽)”라는 학원선생의 질문을 받고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역시 어른은 말 한 마디를 해도 신중하게 해야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바닥을 헤매는데는 저런 어른들이 널려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카메라 없이 유럽배낭여행을 간 덕분에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한 채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었다는 젊은이의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알람브라궁전의 헤네랄리페 별궁을 구경하면서(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View.html?ID=1094440) 저도 느꼈던 점이었습니다. 저는 객체에 머물것인가 아니면 주체가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드렸던 것입니다만, 이 젊은이는 여행과 사진찍기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았을 때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더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의아해졌습니다. 제가 모나리자를 보러 갔을 때는 모나리자는 촬영금지 대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발표자는 전체 내용을 치밀하게 구성한대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고 했습니다만, 제 경우는 발표자료를 준비하면서 전체적인 상황의 얼개를 만들지만 별도로 발표연습을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일단 발표를 시작하면서 청중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감하는 편이 쉽게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정리해보면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나름대로 정리해가는 과정을 직접해보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더욱 발전해서 좋은 인재들을 키워내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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