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 살아남은 동물들의 비밀
최형선 지음 / 부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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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기를 쓰면서 읽은 책들, 특히 북부 아프리카를 무대로 하는 책에서는 낙타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른 책입니다. 생태학을 전공하신 최형선교수님은 대안주막학교 ‘알트루사 재미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활동하는 등, ‘땅과 생명을 살리는 생명정의운동,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선한 사회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살아남은 동물들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불평등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치타, 기러기, 낙타, 원숭이, 박쥐, 캥거루, 코끼리 그리고 고래 등 여덟 종의 동물이 오랜 세월을 거쳐 진화해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상 동물을 고르는데 있어 지역과 생태공간 까지 세심하게 안배하였다고 합니다.

 

“원래 생태계는 불평등하다. 풍요로운 곳이 있는 반면 물조차 구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도 있다. (…) 강자에 눌리고 일어설 힘마저 모자라 솟아날 구멍이 없어 보여도, 서서히 힘을 응축하여 갈라진 틈을 헤집고 소중한 꿈을 키우는 생물들이 대자연과 세상을 향해 희망을 던진다. 묵묵히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걸, 자신을 도울 뿐 아니라 남까지 도울 힘이 있다는 걸, 실패자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7쪽)” 저자는 이들 동물의 모습을 통하여 대자연과 공존하는 길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연이 주는 사랑을 깨닫고, 자연을 아름답게 지키려는 마음이 우러나기를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무지 때문에 사라져 가고 있는 생물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이 책을 읽도록 만든 주인공 낙타에 대하여 정리해보겠습니다.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작열하고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속에서 생명이 숨 쉬고 있을까 싶은 사막에도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막 생물은 몸집이 작아 우리의 눈에 쉽게 띄지 않을 뿐인 것입니다. 그런데 낙타는 예외입니다. 사막에 살고 있어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던 낙타는 기원전 4000년 경에 가축으로 길러졌다고 합니다. 특히 대상들이 짐을 싣고 다녔기 때문에 ‘사막의 배’로 불리게 된 낙타는 수천년 이상 사막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낙타를 운반수단으로 이용하며, 살아서는 젖을 그리고 죽어서는 가죽과 살을 얻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변까지도 땔감으로 씁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구 상에 낙타가 처음 등장한 곳은 북아메리카라고 합니다. 지금은 북 아메리카에서는 낙타가 살지 않습니다만 화석자료를 보면 4500만년 전 에오세 시기에 북아메리카에 등장한 낙타의 선조는 200만 년 전까지는 북아메리카에서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의 베링해협을 연결하는 베링육교를 통하여 서쪽으로 이동했고,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는 북아메리카에서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낙타의 선조 가운데 일부는 남쪽으로도 이동하여 지금의 알파카, 과나코, 라마, 비쿠냐와 같은 네 종류의 낙타과로 분화하여 남아메리카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서쪽으로 향한 낙타의 선조는 아시아의 초원에 머문 것들은 쌍봉낙타로 진화했고,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에 정착한 것들은 단봉낙타로 진화하였습니다.

 

낙타의 선조가 이주를 결심한 이유는 물어볼 수 없으니 알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북아메리카의 초원을 주름잡는 아메리카들소나 빙하기 직전에 역시 베링육교를 넘어 아시아에서 이주해온 거대한 마스토돈에 밀려난 것이 아닐까 짐작하기도 합니다만 혹시 낙타의 신체구조가 추위를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하지만 북아메리카를 떠난 낙타가 몸집이 있는 동물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사막언저리였던 것을 보면 다른 동물과 피나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설명이 제일 타당해보입니다. 다른 동물을 위하여 희생하는 마음의 표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어려운 생태환경에서 살아남은 여덟 종류의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역시나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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