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 누구나 생애 한 번은 그 길에 선다
윌리엄 폴 영 지음, 이진 옮김 / 세계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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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죽음은 생명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사건이며, 아직까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왕래한 인간은 없습니다. 물론 임사체험이라고 해서 심장박동이나 뇌활동이 멈추었다가 회생한 사람들의 경험을 두고 사후세계를 보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역시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윌리엄 폴 영의 <갈림길>은 일종의 임사체험을 주제로 한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소설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만, 예수님이나 하느님이 등장해서 주인공 앤서니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영성을 다룬 종교문학으로 보아도 될 듯합니다. 아마 저처럼 종교적 배경이 없는 의사라면 임사체험이나, 사후세계, 영적 존재가 등장하는 분위기에 쉽게 빠져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른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면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 앤서니 스펜서는 성공한 사업가로 많은 재산을 일군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입니다. 부모님, 마더 테레사,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예수입니다. 그리고 보니 모두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듯합니다. 어머니는 예수를 믿었지만 그는 믿지 않았습니다. “신이 있다고 쳐도, 끔찍하고 잔혹하고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존재일거라고, 좋게 봐줘야 냉혹하고 어둡고 비인간적이며 무심한 존재이고, 최악의 경우 어린아이의 마음을 유린하며 쾌감을 느끼는 괴물일거라고.(26쪽)” 생각합니다. 더하여 그는 살아있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는 비밀의 장소를 만들어 놓고, 수시로 유언장을 바꾸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앤서니가 이렇게 변한 것은 어머니의 죽음 때문입니다. 열한 살이 되던 해, 어느 소년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어머니가 죽고 어렵게 자란 환경 탓인 듯합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5살 된 아들, 가브리엘의 죽음이었던 모양입니다. “애원들, 약속들, 기도들은 모두 하늘에 닿지 못하고 공허함으로 돌아와 그의 무능함을 비웃었다. 가브리엘의 숨이 잦아들 때, 무엇으로도, 정말 그 어떤 것으로도 아이의 죽음을 돌이킬 수 없었다.(37쪽)”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믿음을 뒤집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분노가 전이되기도 합니다. 앤서니의 경우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십대시절의 첫사랑이자 두 번이나 그의 아내가 되었던 로리, 어쩌면 자신만큼 앤서니를 증오할 딸 앤젤라, 그리고 제이크.... 제이크는 앤서니의 동생입니다. 그런데 왜 ‘정말 미안하다’라고 하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습니다.

 

죽음은 그저 죽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앤서니가 변하게 되는 것은 발작적으로 일어난 두통으로 쓰러지면서 머리를 자동차 트렁크에 부딪혔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가 깨지는 사고를 당하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입니다.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유체이탈이 된 영혼이 임사체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다시 떠오르고 있었고 저 멀리 가느다란 불빛이 보였다. 불빛이 다가올수록, 혹은 그가 다가갈수록 점점 더 선명해졌다. 이게 죽음인가?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죽은 사람들이 불빛을 보았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는 그것이 신경회로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믿고 있었다.(38쪽)”

 

그의 영혼은 예수를 만나고, 그의 선조인 인디언 할머니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살면서 만들어낸 자신의 허상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소년의 몸을 잠시 빌리게 되는 앤서니는 키스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겨 다니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삶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점점 깨달아갑니다. 이런 그에게 하느님은 단 한명의 생명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선물해줍니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자신의 생명을 되돌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앤서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살아오면서 오해한 주변 사람들과 화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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