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전쟁과 갈등 지중해지역원 인문총서
류정아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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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화산활동은 지각을 이루는 판들의 경계에서 활발하다고 합니다. 판이 엇갈려 밀려들어가기도 하고, 서로 충돌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지구상에 명멸했던 문명들도 서로 접촉을 하면서 영향을 미쳤는데, 평화롭게 교류를 할 때도 있고, 전쟁이라는 충돌을 빚을 때도 있었습니다.

 

지중해지역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곳으로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문명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숱하게 부딪힌 장소이기도 합니다. 지중해지역원이 내놓은 <지중해의 전쟁과 갈등>은 머리말에서 요약하고 있는 것처럼 다소 복합적입니다. “이 책의 내용이 포함하는 내용은 시기적, 지리적으로 사뭇 광범위하다. 헬레니즘의 고대 그리스, 성경을 중심으로 한 헤브라이즘의 고대 근동, 남부 프랑스 골 지역의 언어에서 보이는 고대 그리스, 히브리, 로마, 게르만 인들 간의 문화적 교류와 전쟁의 영향, 중세 동지중해 비잔티움제국의 군사조직과 관료주의의 발달과정, 현대지중해의 한 모서리에서 일어나는 아랍세계의 갈등 등을 한 자리에 모았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전쟁의 사회적 역할을 다루었습니다. 먼저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 권력 추종자들 간의 게임, 부에 대한 유혹, 문화전파의 야욕등으로 보는 견해와 인간의 ‘맹목적인 자영충돌’, 즉 먹이나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서 또는 남성호르몬 때문이라는 견해를 소개합니다. 2장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나 역사서술에 등장하는 전쟁의 발발과 그에 대한 사회적 반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와 중세 비잔티움 제국 시대를 거치면서 군사조직이 확대해간 과정을 살피고 있습니다. 헤시오도스의 <역사>와 <노동과 나날>, 히브리인의 성경,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투키디데스의 <역사>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특히 투키디데스가 전쟁을 인간 삶의 과정이나 제국주의의 확산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단념하지 않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였음을 지적하고, 과도한 욕심이나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지나친 힘의 결집과 그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전쟁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3장에서는 고대 및 중세 골지역 - 지금의 프랑스가 중심이 되는 지역입니다-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혼효현상(‘갈피를 잡을 수 없게 어지러이 뒤섞이는’현상)을 살펴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여러 민족 및 문화가 언어의 교류는 전쟁보다는 상업과 같은 평화적 교류에서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을 것입니다. 언어는 사용하는 종족의 세력에 따라서 우세하게 되거나 사라졌을 것입니다. 4장은 현대의 중동사태를 다루었습니다. 전쟁과 갈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 고대에서 중세를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보면 다소 이질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지중해에 관한 책들을 내놓고 있는 지중해지역원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고 있는 ‘인문한국’사업 가운데 ‘해외지역학 연구’를 위하여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외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이 분야의 연구를 하시는 분들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 일찍 시작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각 지역원에서 얻은 연구성과를 전문가들끼리만 공유하지 않고 일반인들을 위한 책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도 참 잘하고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고 리뷰를 통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생긴 것도 제게는 보람이 되겠습니다.

 

4장 ‘현대 아랍세계의 갈등과 전쟁’에서 다루고 있는 이슬람 사회에 내재된 분쟁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필자는 이슬람분쟁의 변인으로 이슬람원리주의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슬람원리주의 운동은 초기 이슬람의 순수한 유일신 사상으로 돌아가자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으며, 초기 이슬람의 원리와 정신을 복원하고 이슬람사회의 정화를 주장하는 운동이다. 꾸란과 예언자의 순나, 그리고 초기 이슬람공동체의 생활상은 무슬림들에게 있어 열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288쪽)”라는 것입니다. 이 운동은 이슬람사회가 서구문명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변질되면서 이슬람의 전통이 오염되었다고 보는데서 시작된 것으로 서구문명은 물론 변질된 이슬람사회에 대하여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 분쟁의 단초가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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