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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일상과 축제 ㅣ 지중해 국가정보 시리즈 2
지중해지역원 지음 / 이담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언젠가 오사카에서 열린 학회에 갔을 때 마침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구경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러 축제에 참가하기 위한 경우가 아니면 외국을 여행하면서 축제를 볼 수 있다면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번에 스페인을 여행하는 동안 10월 12일 ‘스페인의 날’ 축제가 있었는데, 여행일정이 맞지 않아 마드리드와 살라망카에서 열리는 이 축제를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여행사에서 일정을 맞추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도 조금 담아보았습니다.
‘스페인의 날’ 축제 건도 있었고, 세비야를 여행하는 동안 조형진가이드가 세비야지역의 축제 이야기를 소개한 적도 있어 스페인의 축제에 관한 것을 알라보기 위하여 고른 <지중해의 일상과 축제>입니다.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의 축제를 망라하다보니, 유럽쪽으로는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그리고 이스라엘의 축제와 이슬람 공통의 축제를 따로 소개하였습니다. 각 지역의 축제는 해당 지역에서 머물면서 박사과정을 밟으신 분들께서 나누어 정리하신 것이라서 축제를 직접 체험하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중해 지역의 축제들 가운데는 해외특파원 보고, 혹은 요즈음 유행인 세계여행 안내 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이미 본 적이 있는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900m 정도의 거리를 투우소에게 쫓겨 달리는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 발렌시아 인근 부뇰에서 백만개에 달하는 토마토를 서로 던지는 토마토축제 등이 있습니다. 세비야에서 가이드가 소개한 것처럼 부활절이 끝난 일주일 후부터 일주일 동안 열리는 세비야축제는 스페인의 4대축제 중 하나인데, 사순절 기간 동안의 기독교적 제한에서 풀려나 일상으로 돌아오며, 새봄을 맞는 것을 축하하는 의미가 곁들여져 있다고 합니다. 축제 기간 중에 플라멩코를 입은 여성들은 세비야나를 추면서 축제를 즐긴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축제 가운데 종교축제일은 주현절에 관한 내용 가운데 아기예수가 탄생하였을 때 찾아
왔다는 세 명의 동방박사 가운데 발타쟈르(Baltazar)라는 이름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스페인에서 우리와 내내 함께 했던 포르투갈 출신 버스기사가 바로 발타사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5일째 말라가지역에 있는 론다를 구경하고 스페인 가이드이 귀곡산장이라고 부르는 라 시에라호텔에서 묵은 다음날 버스에 타면서 발타사르에세 아침인사를 하려고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포르투갈 인사말을 찾으려다가 폰을 숙소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발타사르 아저씨는 저에게는 동방박사였던 것입니다.
프랑스 축제를 정리한 장니나박사는 프랑스의 축제를 색깔로 표현하였는데, 다음 구절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파란 지중해라는 바다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축제 양상은 남프랑스의 자연을 닮은 흙, 돌, 파스텔톤 건축물과 함께 푸른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이러한 축제의 모습 속에 내재해 있는 빛은 우리에게 과거 선조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배우며 현대를 살아가는 분주함에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휴식이라고 생각된다.(68쪽)” 온통 떠들썩하고 분주한 우리네 지역축제와는 비교되는 점이 있는 것 같아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아 무슬림의 축제에 관한 내용 가운데 수니파와 시아파가 나뉘게 되는 배경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즉 무함마드 사후에 아부 바크르, 오마르, 오스만에 이어 칼리프에 오르게 된 알리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가 되며 따라서 알 리가 적법한 무함마드의 계승자라고 보고, 그를 1대 이맘으로 섬기게 되는 이슬람들이 시아파로 분류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반하여 수니파는 이슬람 부족들의 대표들 가운데 선출되는 칼리프가 무함마드의 정치적, 종교적 위치를 승계하는 전통을 고수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이 책을 기획한 분들은 “각 지역 및 민족의 일상과 축제는 삶이 주는 기쁨과 고단함을 함께 노정하면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보고 지중해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일상과 축제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