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하느님이 주연으로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만, 짐 캐리가 주연으로 나오고 모건 프리먼이 하느님으로 나오는 톰 새디악감독 영화 <부르스 올마이티>는 코믹한 가운데 전지전능하신 힘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하느님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시대에 따라서 진화하는 것 같습니다.

 

개구쟁이처럼 생긴 신세대 유머작가 사이먼 리치는 하느님이 우주라는 기업을 일구는 CEO로 나오고 죽어서 천국에 오른 사람들이 이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천국 주식회사>를 그려냈습니다. 천국 주식회사의 직원들도 지구별에 있는 회사처럼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맡은 일에 충실한 일중독인 천사가 있는가 하면 CEO의 기분을 맞추는데 관심이 많은 천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천국에 들어가는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릴만도 합니다. 결국 그 기준이라는 것이 나중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물수제비뜨기를 일곱 번 성공시킬 수 있는 남자, 다섯 번 성공시킬 수 있는 여자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착함보다는 객관적이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세상에나....

 

하느님도 지구별 사람들이 열심히 올리는 기도는 쳐다보지도 않고, 오직 자신을 띄워주는 소리에만 관심이 있고, 카레이싱, 프로운동경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이기도록 조작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천사들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게 되죠. 컴퓨터에 의하여 조정되는 인간사에 개입하는 무수한 요인들을 조금씩 움직여서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마저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매달 기적을 많이 일으킨 천사를 포상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전에 근무하던 부서에서 지구별 사람들이 보내는 엄청난 양의 기도를 분류하는 체계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이런 일을 하는 기적부에 새로 전입해온 천사 일라이자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하느님이 사람들의 기도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들어주지도 않을 기도를 분류하는데 힘을 쏟았는지 억울해서가 아니라 정작 간절한 기도를 들어는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저도 지구를 운영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하느님께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조차 안 하시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하실 마음이 없으시다면, 여기 계실 이유가 없지 않나요? 왜 일하러 나오시는 거죠? 계속 그러실 거면 왜 그냥 그만 두진 않으시나요?(72쪽)” 하느님의 답변이 무엇이었을까요? 골프약속을 취소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하신 하느님께서 천국주식회사 전 직원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보게 사우들이여, 심사숙고 후 나는 천국 주식회사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네. 그동안 무척 즐거운 경험을 했지. 하지만 그만둬야 하는 시점을 알아채는 것도 성공의 일부라네. (…) 지구는 한 달 후에 파괴될 것이네.(74쪽)”

 

정말 엉뚱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만든 세상을 운영하는데 더 이상 흥미가 없다는 이유로 파괴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하느님이 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없이 다니는 것 같아 보여도 개중에는 바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을 벌인 일라이자는 물론이고 일라이자에게 은근 마음을 두고 있는 크레이그가 나서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합니다. 하느님과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단 하나도 들어준 적이 없는 기도문들 가운데 어떤 것이라도 골라서 한달 안에 성공하게 되면 지구파괴의 결정을 번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기도를 들어주기 위하여 매일 10분씩 할애했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기적을 이루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막상 하느님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게임의 결과를 조작하는 일은 간단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앞뒤가 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크레이그와 일라이자가 고른 기도문은 무엇이고 하느님과의 시합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과까지 적으면 리뷰가 정말 재미없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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