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세계사 1 -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피의 백작부인까지, 우아하고 잔혹한 유럽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1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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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선택과목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옛날에는 국사나 세계사도 대입시험에서 한몫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슨 공부이든 시험을 대비한 공부는 재미가 없기 마련입니다. 특히 연대표에 따라서 나열되는 정사의 경우는 사건이 어느 해에 일어났는가가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정사보다는 더 재미있는 야사에 빠져들곤 했는지도 모릅니다. 최근 이베리아반도를 여행하면서 조형진 가이드가 이 지역을 다스리던 왕국이 어떻게 명멸했는지 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이 지역의 역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유럽의 역사는 왕족끼리의 결혼에 의하여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심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캔들 세계사>는 블로그를 통해서 유럽의 역사를 딱딱하지 않게 정사와 야사를 섞어서 흥미롭게 적어온 이야기들을 묶어낸 그야말로 말랑말랑한 유럽의 옛날이야기 모음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머리말에 적은 것처럼 “역사 교과서에는 수많은 왕조가 세워졌다 무너지고 종교가 뒤바뀌고 신대륙에 도착하는 등 굵직한 사건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전쟁과 협정, 동맹과 침략 등 거대한 사건들 속에서 개개인은 배경에 불과하기 일쑤입니다.(5쪽)” 저자는 역사적 사건에 파묻히는 개인의 사연이 더 흥미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들의 삶을 나름대로 조명해보려 했다고 합니다. 이런 저자의 생각은 때로는 감정이 지나쳐 객관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이 또한 역사를 해석하는 나름대로의 시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22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윌리엄1세와 마틸다 왕비, 런던탑에 동물원이 세워진 이야기, 에드워드5세의 행방불명에 관한 사연, 그 유명한 헨리8세와 그 왕비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정체에 관한 논란 등 지역적으로는 영국이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제가 이베리아 반도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포르투갈왕국의 페드루 1세와 이녜스 데 카스트루의 불멸의 사랑과 카스티야 왕국의 후아나 여왕의 상처뿐인 사랑이야기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왕가의 결혼은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결혼이 행복하지 못하면 전쟁을 피할 수 없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포르투갈과 가까운 카스티야-레온 왕국 역시 혼인으로 동맹을 맺지만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었고, 포르투갈의 아폰수4세는 후계가인 페드루 왕자를 카스티야의 공주인 콘스탄세와 결혼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콘스탄세의 말동무로 따라온 사촌 이녜스 데 카스트루에게 페드루왕자의 마음이 기울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아폰수4세는 이녜스를 처형하기에 이르지만, 나중에 왕위에 오른 페드루는 죽은 이녜스의 시신을 치장시켜 같이 왕비로 즉위토록 할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 페드루의 정신상태를 감정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페드루는 결혼하지 않았고, 사후에 이녜스와 함께 알코바카 성당에 나란히 안치되었다고 합니다. 성경말씀대로 심판의 날에 부활할 것이라 믿었다는 것입니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는 불멸의 사랑, 영원한 러브스토리로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고 합니다만, 글쎄요.....

 

스페인 중부에 있었던 카스티야왕국의 후아나 여왕의 불행한 삶 역시 많은 예술가들이 다루는 소재라고 합니다. 후아나는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세력을 몰아낸 카스티아의 이사벨라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디난도 2세왕 사이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얼굴도 보지 않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군요. 어려서부터 아주 총명했던 후아나는 아름답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열여섯의 나이에 부르고뉴 공국의 펠리페공작과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펠리페공작이 너무 잘 생겼고 바람둥이였는데, 후아나는 집착이 강하고 질투가 심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사벨라여왕이 죽은 다음에 후아나가 카스티아의 왕위를 물려받게 되자 아버지 페르디난도 2세왕과 남편 펠리페공작이 카스티야를 차지하기 위하여 암투를 벌이기 시작했던 것인데, 안타깝게도 펠리페공작이 갑자기 죽게 되었다고 합니다. 후아나는 펠리페공작의 시신을 그라나다로 옮기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후아나가 시체와 사랑을 나눈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후아나로 부터 왕국을 빼앗기 위해서 벌인 음모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후아나로 부터 권력을 빼앗고 그녀를 성에 가두었는데,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도 후아나의 아들 카를로스가 아라곤과 카스티야를 섭정하면서 어머니를 풀어주지 않는 바람에 46년간 성에 유폐된 생활을 해야 했다고 하니, 세상에 남편은 물론이고, 부모나 자식도 믿을게 하나 없더라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닌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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