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축 - 꽤 인간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건축 이야기
최준석 지음 / 바다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건축물은 탄생과 더불어 소멸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그 과정은 하나의 삶이고, 역사가 될 것입니다. 장삼이사가 사는 집도 나름대로의 역사가 있는데, 특별한 건물에는 특별한 이야기 거리가 많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특별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페인 여행에서 만났던 유적에 담긴 이야기들을 챙기다 만난 <어떤 건축>은 집을 짓는 분이 설명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모음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밟아온 삶의 이력입니다. 스무 살 무렵 시작한 집짓는 일 이외에도 문학을 가슴에 품고 습작을 하고, 영화시나리오나 드라마 각본을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건축을 하다 보니 거리나 건축물을 돌아보기를 좋아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만난 건축물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모든 건축은 제각각 사연과 이야깃거리를 담은 즐거운 주말드라마였고 인간극장이었다. 가끔 소설도 되고 시도 되었다. 때로는 그림이나 조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6쪽)”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은 건축이라는 근엄한 성곽 부변에 흩어진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워 담은 것”라고 했지만, 건축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그림과 조작, 소설과 시,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건축이라는 하나의 길만 외곬으로 파지 않고 문학과 예술이라는 엉뚱해 보이는 동네를 주유한 경험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하긴 건축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모두 스물아홉 개의 건축물에 대한 저자의 느낌들을 ‘건축, 사이를 채우다’, ‘건축, 욕망을 분출하다’, ‘건축, 과거로 회귀하다’, ‘건축, 동시대를 비추다’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누었습니다.

 

특별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건축물을 찾아 다녔다기 보다는 이러저런 기회에 만나는 국내외의 건축물을 볼 기회에 느꼈던 점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한 것들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을지로2가에 있는 SK건물을 소개하면서 알랭 드 보통의 <동물원에 가기>의 다음 구절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92쪽)” 리뷰를 쓰는 지금도 ‘왜 그랬을까?’하는 의문에 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종로2가 화신백화점 자리에 세워진 종로타워의 사진을 보면서 70년대 초반 종로2가 뒷길에 있던 학교를 다닐 때와는 상전벽해가 된 느낌이 들 정도로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의 괴리가 생긴다는 의미일까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게 만든 구엘공원에 관한 글에서는 엉뚱하다 싶게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에로틱한 그림 <키스>를 인용하면서 클림트가 평생 갈구하던 관능과 욕망, 육체적 탐미를 이야기한 끝에 클림트가 가우디와 동시대 사람이라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쉽게 이끌어내기 어려운 점입니다. “가우디의 건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자유분방한 타일 조각들은 클림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비단티움풍의 색채 파편들과 비슷하다. 정교한 금은 세공을 막 거친 듯한 비잔티움의 세밀한 조각들ㅇ이 만들어 낸 한 폭의 모자이크 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둘 사이를 이어 주는 공통점은 유려한 관능미다.(37쪽)” 구엘공원에서 가우디가 타일을 깨트려서 붙였다는 주영은 가이드의 설명에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점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엘공원의 공간들을 보면 깨진 타일을 왜 저렇게 조각조각 붙여 놓았는지 궁금하다. 일설에 의하면 이탈리아산 최고급 타일을 주문한 후, 바로 깨트려서 그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 붙였다고 한다.(38쪽)” 하긴 깨어진 타일 조각들을 재활용하기 위해서 붙인 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우디는 깨진 타일 조각을 붙일 때도 마음에 꼭 드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붙이고 떼어내기를 반복했다는 것을 보면 일부러 깨트렸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건축물들에 대한 저자의 재미있는 해석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됩니다. 스물아홉 개나 되는 건축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리뷰에 모두 담을 수 없음은 제 탓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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