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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 할 때가 온다
폴 퀸네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30년도 넘은 오래 전에 같이 일하던 분들과 함께 1박2일의 단합대회를 낚시터로 간 적이 있습니다. 낚시터에 도착해서는 선수들은 낚시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텐트도 세우고, 족구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낚시로 잡은 생선으로 매운탕과 어죽을 끓이고 준비해간 안주로 푸짐하게 차려 모두 흥겹게 놀았습니다. 불편한 잠자리 때문에 새벽녘에 잠을 깼는데,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낚시대 앞에 앉아보았지만 해가 뜰 때까지 지켜보아도 입질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이후로는 낚싯대를 손에 잡아 본 것은 15년 정도 지난 다음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바다낚시를 해 본 것이 전부인데, 그때도 옆자리에서는 꾸준하게 고기를 끌어내고 있는데도 저는 입질조차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낚시질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낚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이 책은 전문 낚시꾼을 위한 참고서처럼 보입니다. 읽어보니 낚시에 관한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낚시에 관한 다양한 경험들을 적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같이 낚시의 문외한은 읽는데 애로는 있지만, 결국은 인생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낚시에 비유한 글이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할 때가 온다>는 제목을 두고 생각을 해보면 정말 낚싯대를 손에 잡는 때가 온다는 의미보다는 천하를 낚기 위하여 곧은 낚시 바늘을 물에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는 태공망 처럼 삶을 초연하게 관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폴 퀸네트는 심리학의 대가이면서도 낚시에도 조예가 깊어서 낚시에 관한 전문적인 칼럼을 쓰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를 ‘두 인생을 사는 사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임상심리학자, 자살 방지 전문가, 필자, 정신 나간 낚시꾼, 이 모든 것을 하나도 묶어 통합된 목소리를 내려 했다.”라고 고백합니다. <인간은 왜 낚시를 하는가>와 <다윈은 어떻게 프로이트에게 낚시를 가르쳤는가>에 이은 낚시 3부작의 완결편이 되는 셈이라고 하는데, 곁들여 이 책에는 ‘더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습니다.
“최고의 컷스로트 크리크 낚시는 물속으로 멀리 걸어 들어가 잡았다 놓아주는 낚시다. 깊이 들어갈수록 물은 더 깨끗하고 고기는 더 야생적이고 낚시 또한 거칠어진다.(154쪽)”라는 구절처럼 저자가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자신의 낚시인생에서의 경험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컷스로트 크리크 낚시는 해본적도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뒷 구절을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호루라기 물고기를 잡으려면 그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존재를 믿지 않게 되면 낚시를 중단할 것이고, 낚시를 중단하면 호루라기 물고기를 결코 잡지 못할 테니까(308쪽)”라는 구절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리뷰를 읽는 여러분은 ‘호루라기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이해하시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책을 읽으면 금새 이해하실 수 있기도 합니다. 결국은 믿는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아직도 낚시의 묘미를 모르는 저입니다만, 그동안 접어두었던 희망을 다시 펼쳐서 믿음을 되살리기로 했습니다. 희망하는 일은 이루었을 때보다 희망하고 있을 때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지난달에 스페인여행에서 저와 함께 했던 책입니다. 물론 아내도 함께 읽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정리하던 여행기에 적절하게 인용할 만한 대목을 챙겨 메모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속독을 가르친다. 아이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나절에 다 읽기를 바란다. 대문호의 작품을 그렇게 읽는 것은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조깅을 하는 것이다. 루브르박물관 안을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320쪽)”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12일 동안에 스페인-모로코-포르투갈 3개국의 19개 지역을 연결하는 일정에서 과연 무엇을 느끼고 기억할 것인가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조언이 필요하신 분들 모두에게 묵직한 물고기를 망에 넣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